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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Apr 24. 2022

내가 되는 건 어려울까 쉬울까

아쉬탕가부터 인스타 알레르기까지 모든 것은 나를 비추는 거울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100일 도전을 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훨씬 가볍다. 동작은 조금씩 늘어가고, 그동안 몰랐던 동작의 원리들이 조금씩 이해된다. 시팅 시퀀스의 전굴 자세들을 할 때 왜 팔꿈치를 땅으로 내리지 말고 옆으로 벌려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팔꿈치를 옆으로 벌리면 어깨가 조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었다. 그래서 땅에 닿을락 말락 하는 정도로 내려 벌렸는데 내 수련 영상을 보다가 왜 옆으로 벌리지 않지 라는 생각이 들고 의식적으로 옆으로 벌려보았다. 파스치모따나아사나(앉아서 두 다리를 모아 뻗고, 검지 중지를 이용해 엄지발가락을 잡은 후, 앞으로 몸통으로 숙이는 자세)에서 팔꿈치를 옆으로 벌리자 손에서 나온 에너지가 팔꿈치로 연결되어 겨드랑이 아래 전거근 (armpit, 세뚜 반다)에 즉각적으로 이어진다. 이 힘이 배꼽으로 연결되어 복부가 안으로 들어가는 우디아나 반다가 살짝 잡힌다. 뿐만 아니라 수리아 A 5번, B 3번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차투랑가 단다아사나는 단단하고 가벼워지고 있으며, 점프 백도 아주 조금씩 되어가고 있다. 


마음 또한 편안함을 찾아간다. 지금 여기서 요가를 한다. 인도에 가지 않아도 발리에 가지 않아도 지금 여기서 요가를 하는 나를 느끼고 현재를 마주한다. 나에게는 여행이라는 트리거가 있다. 현재에 머물지 못하거나 힘들고 우울할 때 항상 여행이 마음을 지배한다. 지금 이렇게 갇혀있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자유롭게 여행하며 살아야 돼 라는 생각이 항상 나를 뒤덮는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여행 또한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자 도피처라는 것을 알아 간다.


100일의 과정을 매일 영상으로 기록하여 인스타에 올려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매번 열심히 영상을 찍었지만 첫 일주일은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 사실 못했다. 자꾸 생각이 따라붙는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거 올려서 뭐해, 보여주려고 올리는 거야?, 옷이 별로야, 영상 각도가 이상한 것 같아. 인스타에 있는 멋있는 요기니들과 너무 달라. 등등.


난 왜 뭐를 하기가 이렇게 힘들까?  무엇이 내 마음을 괴롭히는 걸까?


세상은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내가 인식하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반응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나이다. 내가 인스타에 포스팅을 못하는 것은 내 안에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 혹은 반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보여주려고 올리는 거 아닌가? 왜 보여주려고 하지? 자기 잘 사는 거 자랑하나? 자기 행복하다고? 왜 저렇게 입어? 포샵하는 거 진짜 멋없어. 왜 저렇게 예쁜척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자랑한다고 생각할까? 멋있는 척한다고 생각할까?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이건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일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면일 것이다. 나는 멋지게 살고 행복하다고 자랑하려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세상은 보인다.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 속에 나를 가둔다. 내가 멋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나를 들어내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 보이는 것에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 나를 표현하는 것이 두려워 감춘다.   


Being myself. 나 자신이 되는 것.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다.


가령 인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왜 나는 스스로  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속의 요가 고수들처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처럼 하려고 하지? 비슷하게 하지 않으면 별로라고 생각하지? 왜? 그래야 사람들이 좋아하니깐? 


그들처럼은 되어야 멋있어 보이니깐. 그게 멋이니깐. 누가 그게 멋이라고 정했지? 그것만이 멋있는 거라는 생각. 누가 정했을까? 나다.


나 스스로의 고유성. 고유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와 동일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냥 내 삶 자체가 고유한 것인데,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자꾸 틀에 이미지에 맞추려고 한다. 그래서 세상도 타인도 그렇게 보인다. 쿨해 안 쿨해, 멋져 안 멋져. 멋져 보이려고 하네. 아 멋지네. 내 삶과 동일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하나도 없다. 내가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것인데 왜 그 삶을 비교하려고 하고 판단하려고 하고 기준에 맞추려고 할까.


그냥 내가 되면 된다. 나, 그냥 이 고유한 내가 되면 된다. 내 삶은 그 자체로 빛나고 나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내가 유일하듯 타인고 타인의 삶도 유일하다. 우리 모두는 유일하고 완전하며 온전한 존재이다.


나는 그저 내가 되면 된다. 완전하고 온연한 존재인 내가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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