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나를 위해 펼쳐진다 - 존 스콧 선생님을 만나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프라이머리 시리즈 100일 하기 챌린지 중 18일이 지났다. 그동안 몸과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해본다.
첫 3일 정도는 하프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했다. 중간중간 빼먹는 빈야사들도 많았고 힘들어서 안 한 시퀀스도 있다. 시작했다는 게 대단하기도 하면서 언제 100일 채우지라며 막막함도 있다. 꾸역꾸역 작심삼일을 채워간다.
그렇게 6일 차 7일 차가 되니 동작이 몸에 붙기 시작하고 호흡이 이전보다 깊어진다. 그리고 반다(몸 안의 에너지를 잠그는 밸브로 코어와 비슷하지만 다르다)가 아주 살짝 느껴지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매일 수련의 힘을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길게만 느껴졌던 풀 프라이머리 시리즈가 짧지는 않지만 길지 않은 느낌이고, 가장 숨찼던 수리아 A B가 가장 재미있어진다. 이전에 배우지 않았던 하프 프라이머리의 동작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으며, 잘하지 않았던 마지막 사바아나사도 하고 있다. 사바아사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간다. 알게 모르게 들어갔던 몸의 긴장과 힘을 다 빼고 쉬는 그 시간에 내가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긴장했는지 알아차려진다.
드디어 10일 차가 넘어갔다. 스스로 감격스럽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유튜브를 통해 LED클래스로 수련을 하고 있다.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몸과 마음을 정렬하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존 스콧과 페트리 래이세넨 선생님의 LED 클래스로 수련하면서 또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아쉬탕가 속의 고요함을 느꼈다. 페트리 선생님의 LED 클래스를 듣다가 갑자기 선생님의 드리쉬티 구령(Looking place. 시선)이 귀에 계속 들어왔다. 코끝, 엄지 손끝, 배꼽, 오른쪽, 왼쪽. 내 시선을 집중시켰더니 그 집중 안에서 호흡이 깊어지고, 깊어지는 호흡만큼 반다가 잡히고, 반다가 잡힌 만큼 동작과 몸이 간결해진다. 아쉬탕가는 흔히 빠르고 동적이고 에너제틱한 요가라고 한다. 맞다. 동작이 많고 호흡에 따라 계속 동작들이 흐른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몸을 조금씩 조절할 수 있게 되면 고요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도 엄청 힘들기 때문에 아직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ㅎㅎ)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되는 것은 없고 처음부터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를 알아가는 것도, 사람과 만나는 것도, 요가를 하는 것 모두 진정함을 알려면 모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14일째 수련을 마치고 우연히도 존 스콧 선생님을 줌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그동안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그 소망이 선물이 되어 내게 찾아왔다. 인스타 팔로잉을 하고 있는데, 줌 세션을 여신 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시간 밤 11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첫인상은 '와 진짜 멋있다'였다. 줌으로 만난 거지만 나의 나이만큼인 30년 동안 수련한 요가인에게서 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뭔가 모르게 엄청 진지하시고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아우라와 에너지는 엄청나셨지만 굉장히 아이 같은 순수한 면도 있으시고 재미있으시며 깃털처럼 아주 가벼워 보이셨다. 말씀 안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웅장함은 그가 얼마나 요가를 사랑하는지 너무도 잘 느껴졌다. 큰 영감이 되었다. 자신의 스승, 구루지에게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스토리와 함께 풀어주셨고, Q&A 시간도 가졌다. 요즘 매일 수련하면 느끼고 있는 점과 많이 일치하는 지점이라 귀와 마음을 활짝 열고 들었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한다.
'드리쉬티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다운독에서는 배꼽이 드리쉬티인데 나는 한 번도 배꼽을 본 적이 없다.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내려도 안 보인다. 나는 내가 아직 초보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도 똑같다고 한다. 배꼽을 볼 수 없다. 시선을 그 방향으로 두되 눈이 아닌 마음으로 배꼽을 보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드리쉬티에 대한 의문들이 한 번에 풀렸다. 코끝을 바라볼 때 사팔뜨기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코를 바라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드리쉬티는 결국 집중을 위하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스승은 나의 가슴에 두고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카운팅이다. 아쉬탕가 LED 클래스 영상을 보면 모든 선생님이 각 빈야사 마다 산스크리트어로 숫자를 카운팅 하고, 숫자-호흡-동작, 시선을 구령 붙인다. 에캄(1) 인헬(마시고)- 드웨(2) 엑스헬 (내쉬고)-트리니(3) 인헬- 차투와리(4) 엑스헬.. 등 모든 빈야사에 카운팅이 있다. 줌 세션에서 어떤 분이 카운팅이 중요한지 질문하면서, 존 스콧 선생님께 '나는 당신의 카운팅이 머릿속에서 들려요'라고 했다. 그 질문에 공감했다. 내가 TTC(지도자 과정)을 들을 때를 생각해보면 숫자 카운팅이 교제에는 있었으나 나의 선생님은 LED 클래스에서 항상 숫자 카운팅 없이 호흡 구령만 하셨다. 그래서 혼자 아쉬탕가 수련할 때 선생님의 호흡 구령이 머릿속에서 한동안 들렸기 때문이다.
존 스콧 선생님은 여기에 카운팅을 하는 이유는 집중이라고 하셨다. 카운팅을 하지 않으면 정신이 금방 다른 데로 새고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숫자 카운팅이 '만트라'가 되어 마음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스승을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스승은 내 가슴에 두고 나의 목소리 나의 카운팅을 들으며 내가 돼야 한다. 요가는 나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였다. 요가는 결국 마음에 대한 것이라는 걸 계속 느껴간다. 아쉬탕가도 몸의 운동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외부로 나가는 게 아니라,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줌 세션에서 외부에서 내부로, 외면에서 내면으로, 공간에서 시간으로,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나에게 요가는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내 과정에서 밝은 빛을 비추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줌 세션 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공유하고 싶다. https://youtu.be/mydjuc4W3uw
요즘 많이 느낀다. 나의 말과 행동과 의식은 구슬이 되어 꿰어지고 그 구슬은 다른 구슬을 가져다준다. 삶은 나를 위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