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몸 -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4월의 목적은 나 자신이 되는 것이었다.
첫 번째로 몸에 대한 것이었다.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 스스로에게 진실되는 것이었다.
그중 첫 번째 몸.
10대 때는 얼굴에 집착했고 20대 때는 몸에 집착했다. 30대인 지금은 나는 내 몸 그대로가 좋다. 십 대 시절 극심한 다이어트로 엄청나게 마른 몸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그 결과 한동안 생리 불순과 감정 기복, 예민함이 끝을 달렸다. 20대 때는 일 년에 몇 번씩은 다이어트에 도전하였는데, 결국 성공한 적이 없다. 몸에 집착했고, 그것만 보였고, 내가 뚱뚱해서 저 남자가 날 좋아하지 않은 거야, 뚱뚱해서 그래, 뚱뚱하니깐 그렇지라며 모든 것의 원인을 나의 몸으로 돌렸다. 내 몸이 싫었다. 왜 이렇게 뱃살이 많지 가슴은 왜 이렇게 큰 것 같고 엉덩이는 왜 이렇게 납작하고. 도대체가 불만족이었다. 창피한 적도 많다. 뚱뚱한 것 같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고.
뚱뚱하다 날씬하다 이게 뭘까 도대체. 누가 정했을까?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았지만 결국은 내가 정의한 것이다. 그냥 그렇게 생긴 건데 말이다. 내가 살이 찌면 내가 아닌 게 되는 건가? 내가 살이 빠지면 내가 아닌 건가? 내가 다리를 다치면 내가 아닌 게 되는 건가? 내가 이가 부러지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되는 건가? 아니 나는 그대로다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절대로 나의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몸(육체)은 나이기도 하다. 세상과 만나는 통로이자 요가에서 말하는 몸의 다섯 겹(층) 코샤 중 가장 바깥에 있는 뼈와 근육, 피와 살 등의 육체층이다. 그리고 몸은 나의 내면, 나의 우주, 나의 신성함이 깃든 사원이라고 생각한다. 요가를 하고 나서 나는 단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이 없다. 단지 몸이라는 사원을 건강하고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보는 사람들마다 나보고 살이 빠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코로나에 걸려서 며칠 못 먹었기 때문이겠거니 했다. 하루 이틀 삼일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니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걸 나도 느낀다.
거의 매일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를 한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시퀀스를 호흡과 마음의 집중을 담아 수련한다. 동작들은 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잠그는 반다의 작용이 필요한데, 이 반다가 작용해야 깊은 호흡이 이루어지고, 마음의 집중으로 연결된다. 반다를 잘 작용하기 위해 요가 전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편이 나에게 잘 맞았다. 그래서 퇴근하고 바나나 1개 혹은 아몬드 밀크 한잔을 가볍게 먹고 한두 시간 뒤 소화가 되면 요가를 한다 그리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명상을 하고 아몬드 밀크를 부은 오트밀 먹는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점심에는 집밥 한 끼 배부르고 맛있게 먹는다. 술은 원래 잘 마시지 못하는데 분위기에 취해 마시는 스타일이다. 요가를 하면서 크게 술을 마신적은 없었으나 4월에 있었던 내 생일에 정말 취하게 마셔서.. 일주일간 술병에 시달렸다. (정말 다시는 그렇게 마시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물리적으로는 음식 섭취를 적게 하기 때문에 살이 빠진 것이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는 생활 습관과, 나의 마음가짐 또한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몸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옷을 좋아하는데, 항상 타인을 많이 의식하며 입었다. 이렇게 입으면 뚱뚱해 보일 것 같아라는 생각은 거의 달고 살다시피 하였고, 가슴이 큰 편인데 당당한 척하였지만 항상 가리려고 했다. 노출이 없는 옷이어도 친구들의 시선이 가슴으로 가는 것을 볼 때 창피했고, 가슴이 노출되는 건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먹는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그냥 입고 싶은 거 입으면 안 돼? 내가 내가 되면 안 돼? 타인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내가 입고 싶은 대로 말이다. 배와 가슴에 굴곡이 있는 그런 몸이다. 자연스러운 몸이다. 나의 몸을 그냥 '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나를 기분 좋게, 내가 편안하게,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아릅답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과 함께 살기에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받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전에 나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가짐을 챙겨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있는 그대로 일 때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