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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May 09. 2022

요가해도 연애는 아직 안 바뀝디다..

벚꽃처럼 피고 진 나의 8주 러브 스토리

사랑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우연히 만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오랜만에 설렘과 떨림을 느꼈다. 1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감정을 느껴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였다. 요가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이성에 관심이 간 터라 사실 나 자신이 어떻게 겪어나가는지 혹시 바뀌었는지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두 달 전쯤 우연히 친구와 식당에 갔는데 식당 사장님이 멋있었다. 외적으로 풍기는 모습과 그 에너지가 정말! 내 스타일이었다. (그날 저녁 타임 처음으로 들어가서 제일 마지막으로 나오는 손님이 되었으니 말 다했다.)  나오는 길에 잘 먹었다 인사 한마디 하면서 괜히 이름도 물어보고, 내 이름도 말해줬다. 첫 방문 후 온갖 궁금증과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이런 설렘에 너무 기뻤고, 일주일 내내 명상할 때 그때 상황과 그 사람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현재, 지금만이 전부라는 것을 계속 되뇌었지만, 이런 사랑의 감정이 찾아오자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과거를 계속 곱씹기도 하였고, 다음번에 가면 어떻게 하지 라며 온갖 상상을 다했다. 그래서 2주 뒤에 또 갔다.


2번째 방문. 혹시 나를 알아볼까 친절은 손님용 서비스였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갔지만, 오 마이 갓!! 나를 알아보는 게 아닌가! 어머나,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나, 아 이제 나의 짝을 만났나 라는 기대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과거의 나였으면 나의 직관을 너무나도 많이 믿었기 때문에, 처음 딱 눈에 들어왔을 때 바로 관심 있다고 말했을 텐데, 지금의 나는 '천천히 사람을 알자'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모른다. 그냥 그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거 빼고는 전혀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었다. 만약 그 사람이 그 외모가 아니었으면, 그 어투가 아니었으면 좋아했을까? 정말 솔직하게 아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렇듯 머리로는 너무 잘 알겠는데, 마음은 전혀 모른다. 그래서 2주 뒤에 또 갔고 그다음 2주 뒤에 또 갔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누군가가 좋아서 두 달의 시간과 마음을 들인 건 10대 이후 처음이었다.. 하하  


세, 네 번째 방문에는 이야기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약속 시간 시간보다 조금 빨리 갔다. 식당 운영하는데 방해될까 봐 선뜻 말을 걸진 못하였지만 와서 말도 계속 걸어주고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래서 더 가능성이 느껴졌고 나의 마음도 더 커졌다. 


각 방문 사이 2주씩 동안 업 앤 다운을 얼마나 했던지. 솔직하지 못하고 괜히 쿨한척 한 것 같고, 옷도 더 요란하게 입었던 것 같다. 요가도 꾸준히 하였지만, 요가하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그 사람 생각이 머리에 꽉 찼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보려 하였지만, 책 속의 모든 문장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석되었다. 용기 내서 현실을 마주하라.라는 말이 나오면 '그래 가서 말하자! 부딪히자'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도 '기다리면 오겠지, 마음이 생기면 먼저 말하겠지. 나는 할 만큼 한 것 같아. 운명이라면 되겠지. 나를 더 지켜봐 아직은 아니야' 라며 털어버리려고도 하었다. 그런데 또 스스로 묻는다. '진짜 연애하고 싶은 게 맞아?' 라며 의문을 던진다. '아니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좋은데,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성장하는 이 시기가 너무 좋아'. 그런데 그 사람은 계속 생각난다. 아 안 되겠다 이건 현실을 마주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에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4번째 방문 시 그냥 부딪혔다.


역시나 그날도 마지막 손님으로 나왔는데, 계산을 하고 나 가는 길에 정말 용기 내어 눈 질끈 감고 말했다. 우리 다음에 둘이 만날 수 있을까요? 그는 물론이죠라고 했고 문자를 보낸다고 하였다. 


'오 마이 갓! 신이시여 나에게 드디어 봄이 오는군요!!!! 역시 나는 워리어야! 내가 좋은 건 사람이건 일이던 내가 해야 되나 봐' 잘했다 잘했다며 나의 용기에 스스로를 그렇게 칭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게 너무 설랬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안 온다. 불안하다. 3일째까지는 희망이 있었는데, 일주일 동안 연락이 안 오니 실상 아닌가 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놈의 마음은 포기가 안된다. '면접 결과도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되잖아' 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면서 말이다. 너무 연락할 것 같이 하고서 연락이 안 오니깐 자꾸만 온갖 생각이 든다. 안 되겠다, 현재에 있기 위해 다시 부딪혀보자. 그래서 내가 먼저 연락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또 마음이 난리가 났다. '그래 나는 워리어야! 잘했어.' 또다시 희망과 설렘이 폭발한다.


그런데 몇 마디 주고받다가 그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알았다. 말해줘서 고맙다는 답장으로 모든 게  끝났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다. 왜 미리 말을 안 해? 내가 관심 있는 거 다 알면서 왜 지금 말하는 거지?라는 마음이 들어 괘씸하고 이상한 배신감도 들었다. 만약 내가 다르게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이렇게 끝난 건가? 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났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사람과 한 건 하나도 없다. 아는 것도 하나도 없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생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고 그것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다. 그럼에도 생각속에만 있지 않고 현실을 마주하려고 노력한 내가 대견했다.


요가를 하기 전과 지금 설레는 마음은 똑같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성을 대하는 것도 똑같다. 급속도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똑같고 설레서 어찌할지 모르는 것도 똑같고 좋으면 먼저 다가가는 것도 똑같다.      


그런데 달라진 건 나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불 킥을 하고 어서 잊자 잊자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나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나는 '타인이, 상황이, 그리고 세상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그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 책 읽고 요리하고 영화 보고 명상하고 요가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그리고 많이 혼자 있는다. 그런데 이번 일로 나는 내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구나가 처음으로 느껴졌다. 나의 주의 관계를 돌아보았다. 나는 독립적이다.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지만 그들과 무언가를 나누거나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 애쓰지 않는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현재 여기에 지금 나는 혼자 있는데도 항상 가족, 친구,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난다. 지난 간 사람들, 지나간 사건들 등등 왜 이렇게 자꾸 머릿속을 도는 걸까.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이 걸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지난 8주가 나에게 그냥 찾아왔던 게 아니라는 걸, 역시 삶은 선물이라는 걸, 모든 것에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를 내가 더 잘 알게 되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어서 감사하다.


앞으로 또 어떤일이 펼쳐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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