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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Sep 08. 2022

요가 지도자 자격증 취득 1년 후

나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 과정을 시작했을 때가 작년 딱 이맘때였는데, 벌써 시간은 흐르고 흘러 1년이 지났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나아졌을까?


사실 요즘  조금 우울하다. 나는 여전히 회사원이고, 회사 끝나고 여전히 요가를 수련한다. 변화한 것은 전혀 없다. 요가 자격증 과정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나 스스로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이렇게 우울한 이유는 뭘까? 자격증 과정 이후 100일 아쉬탕가 요가 하기 목표를 세워 요가하고, 명상도 꾸준히 하고, 최근 2개월은 체력 단련시킨다고 헬스장도 다니고, 깨끗하게 먹고, 일찍 자고, 건강한 습관으로 살면서 늦여름에는 정말 친한 친구와 즐겁게 제주도도 다녀오고,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요가 선생님 수업도 들었다. 즐거웠고, 모든 게 좋았는데, 마음은 왜 또다시 우울할까.


그때 행복했다고 지금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니다. 그때 행복했는데 지금 왜 우울해라고 물어보는 건 부질없는 질문인 거 같다. 감정은 항상 변한다. 오고 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즐거웠다 우울했다, 언제나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감정이기에 큰 의미를 두면 안 된다. 


그렇지만 감정은 나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살펴보려 한다. 의욕이 안 생기고, 지금까지 했던 것을 다시 할 힘이 없다. 그리고 배는 안고픈데 계속 허기져서 많이 먹고 있다.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가라앉는다. 이 모든 현상들이 나타난 내 안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우울한 거 같다. 주기적으로 혹은 항상 얕게 깔려있는 나의 우울함은 무엇을 해도, 누구를 만나도, 사라지지 않는, 언제나 다시 나타나는 이 우울함은 언제나 근원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그런데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미루고 안 하고 있었을까? 1년간 내가 한 것과 하고 싶었던 것을 나열해보았다.


내가 한 것:

1. 비정기적으로 가끔 친구들 대상으로 요가 수업을 했다.

2. 데일리 명상을 했다.

3. 만나 뵙고 싶었던 선생님들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4. 100일 아쉬탕가 도전기를 하며 꾸준히 혼자 요가 수련을 이어갔고, 과정을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5. 요가 책들을 읽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

1. 정기적 요가 수업 

2. 매일 새벽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 수련 및 마스터? (웃긴 목표인가?)와 꾸준한 명상

3. 요가 유튜브 - 내가 하는 모든 요가 관련 활동을 콘텐츠로 제작 

4. 요가로 커리어 쉬프트

5. 아유르베다, 요가 철학 깊이 배우기


요가를 진하게 배우고 알고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내가  한 것들이 완벽하게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한 길이었다는 것이 보인다. 

어.. 나름 잘하고 있었는데?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  왜 못 봤지? 

빨리 가고 싶었네, 조급했었네

용기를 가지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꾸준히 하면 되겠다.


길을 가다 보면 언제가 그 길이 내 삶이 되겠지.


또 한가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것은 세계여행을 하며 내 삶을 그 경험들과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싶다. 지금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돈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다행이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일생의 한동안 만이라도 마음대로 나다니고 싶다. 모로코의 사막을 보고 싶고, 몽골의 밤하늘을 보고 싶고, 중동의 음식을, 세계의 자연을 탐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꿈을 포기 하지 말자.


p.s. 1년이 지난 지금 수련에 대한 요즘 생각들:

운동으로 요가를 하고 있었구나. 깊이 못 들어갔구나.

동작은 성장하는 것 같은데 마음은 괴롭구나.

얼마나 완벽한 자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세 속에서 요가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아쉬탕가는 왜 이렇게 집착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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