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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Oct 10. 2022

아쉬탕가의 좋은 기억

2022년 10월 10일 

가을이 온 지 도 모르게 겨울이 되었다.

쌀쌀하지만 청명한 아침 아쉬탕가 LED 오픈 클래스가 집 주변 요가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아쉬탕가를 혼자 수련한 지 꽤 되었는데, 할 때마다 힘들어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사랏 선생님 온라인 줌 LED 클래스를 듣고 나서 사랏선생님께 배운 선생님들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기도 하였다. 내가 다녔던 요가원은 너무 멀어서 거의 가지 않고 있는데, 마침 연휴에 좋은 기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오래된 건물 3층. 낡은 건물 외관과는 전혀 다르게 따뜻하고 정갈하고 넓은 요가원이었다. 어색하게 인사하고 수련실로 들어갔다. 직사각형의 긴 수련실은 꽤 크고 쾌적했다. 큰 창이 앞뒤로 자리 잡고 있어 요가하는 내내 하늘이 보인다. 맨 앞에 자리 잡았다.


드디어 수련 시작. 100분간 선생님의 리드에 맞춰 아쉬탕가 풀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했다.

혼자 할 때는 온전히 나의 의지에 따른 수련이라서 더 할 수 있어도 살살하는 경우가 많고, 집중이 금방 흐트러지기도 한다. 요가원에 가서 레드 클래스를 들을 때면 집중도가 올라간다. 구령과 호흡 카운트를 해주기 때문에 그저 흐름에 맡기면 된다 그래서 집중도가 훨씬 올라간다.


처음 뵌 선생님이었지만 나는 누군가의 수업을 들을 때면 그 선생님을 믿고 내맡긴다. 그리고 흐른다라고 생각하고 수업에 임한다. 의심하지 않는다. 

 

수업을 들으면 좋은 점은 내가 알지 못하는 혹은 미쳐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점프하기 전 꼬리뼈를 마는 것, 다운 독에서 손과 발 사이를 이전보다 조금 더 좁히는 것,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자세를 교정받아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수업을 통해 수련자들이 더 깊은 집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선생님 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동작을 잘하던 못하던 스스로가 자신의 수련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아쉬탕가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그런 선생님들을 좋아하고 따랐다. 


오늘 수련 전에 선생님의 말이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힘들어서 다시 매트에 올라가기 싫고 수련하기 싫어질 수 있다. 수련실을 나갈 때는 좋은 기억만 가져가라. 좋은 기억이 매트 위로 다시 올라오게 할 것이다.

차투랑가에서 평소보다 더 많이 버티고, 요즘 음식을 아무거나 막 먹었더니 숨이 안 쉬어져 엄청 헉헉 거리면 했지만, 오늘의 좋은 기억은 단연 집중이다. 


힘들고 하기 싫고, 그리고 한동안 요가를 쉬어도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마음의 평온함, 나에게 포커싱, 그리고 기쁨의 눈물이 나는 유일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요가원에서 사람들과 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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