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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May 28. 2023

즐겁게는 어떻게 하는 거죠?

하루종일 보슬 거리며 내리는  비는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마지막 글이 2월이었는데 벌써 5월 말이라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요가원에 다니며 요가를 수련하고 있다. 요즘은 더욱 규칙적으로 다니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주 3일 꾸준히 나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고 3주째 한 번도 빠짐없이 꾸준히 3일을 채워가고 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되기 전까지 한동안 삶이 너무 재미없고 지루했다. 정말 우울해서 그냥 우울하라고 내버려 뒀다. 좋아하는 여행도 다녀오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생일도 함께 보내며 즐거운 일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내 마음은 계속 가라앉고 있었다. 삶이 재미없었고, 요가가 재미없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항상 즐겁지가 않지, 무엇을 같이 하고 나눌 사람들이 없을까, 진짜 하고 싶은걸 왜 안 하고 있지. 항상 하는 똑같은 생각들 또 그 패턴에 빠졌다.


그렇게 생각에서 허우적거리다 우울함의 끝에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파마를 확 해버렸다. 파마 그게 뭐가 그렇게 큰 결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할까,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헤어짐의 이유가 며칠 전 싸운 그 이유가 아니듯, 많은 생각과 결심들이 쌓이고 쌓여 나온 상징의 행동이었거라고 생각한다.


파마를 확 해버리니깐 기분이 홀가분했다. 

그리고  그동안 미루고 미룬 혹은 하지 못했던 영상들을 편집해 본다. 나는 내가 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을 항상 하고 싶어 한다.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항상 스스로의 이상한 억압으로 결국엔 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편집을 해본다. (올리기를)  그리고  요가원에 갔다.  선생님이 왜 이렇게 안 나왔어요 그동안이라고 물었고 내가 하기 싫어서 안 나왔어요라고 그냥 대답했다.


그리고 한 한 달쯤 지난 것 같다. 요가 자격증을 따고 작년 1년 동안 나는 "꾸준히"에 집중했다. 되든 안 되는, 매일 하던 띄엄띄엄하던 놓지 말고 꾸준히 하자. 실제로 나는 매일은 아니더라고 수련을 지속적으로 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꾸준함의 가치를 배웠다. 무언가 꾸준히 하기가 정말 어려운 나지만, 요가를 계속하면서 성장은 꾸준함 속에서 나온다는 것.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것. 그래서 오랫동안 무언가를 한 사람들이 멋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요가가 느는 것을 보면서, 과정을 믿게 되고 나 자신을 더 믿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쌓여가는 것들이 결국 나의 길을 만든다는 것. 그 하루들이 쌓이면 얼마나 큰지를.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것들을 낯설게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삶에서 후회할 것들을 걱정이나 두려움 때문에 지금 매일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도 있고 아니다도 있다. (그렇다 때문에 이렇게 우울했을까)


시간은 가고 우리는 그 시간을 소비한다. 소비에는 돈이던 에너지던 나의 노력이 들어간다. 그 행동들이 나이다. 무엇에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지 살펴보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인다고 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진정 즐거운 것들로 내 삶을 채워가고 있는가?


꾸준함을 가로선이다. 시간은 계속 가고 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 그리고 성장은 세로선이다.


꾸준함 속에서 나는 성장한다. 

이 가로선과 세로선은 물리적인 것이라 시간의 흐름과 성장은 눈에 보인다. 

매일 요가를 하고, 안되던 요가 자세가 된다. 그런데 요가는 자세만이 전부가 아니다. 어려운 자세를 하는 게 요가의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껏  수련을 할 때 대부분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힘들었고, 즐겁지 않은 마음으로 요가를 했다. 해야 되니깐 하는 마음이 99.9% 인 것 같다. 요가하면서도 아 너무 힘들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내일 또 해야 된다니 벌써 하기 싫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요가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편안하고 고요하고 가벼워진다. 그 생각에 내일도 해야지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음날 일 끝나고 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억지로 간다 ㅎㅎ  계속 반복이다.


요가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 일 해야 되니깐. 돈 벌어야 되니깐. 사람 만나야 되니깐. 나는 즐거움은 없고, 최선도 없고, 열정도 없고, 책임감만 남아 있다. 책임감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난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너무 차갑고 딱딱하고 건조하다.


꾸준함의 힘을 알았는데, 이런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너무 괴롭다. 내가 요가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무거운 것 같다. 그래서 태도와 마음가짐을 즐겁고 가볍게 하고 싶다. 많이 웃고 싶고 즐거운 마음으로 따뜻하게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즐겁게 하며 살고 싶다. 


즐겁게 하는 건 뭘까. 어떻게 즐겁게 하지. 본 투비 인가. 타고나는 것인가.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던가. 많은 질문들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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