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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Feb 18. 2023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시작하다

작년 한 해 혼자서 아쉬탕가 수련을 했다. 요가가 좋아서 자격증까지 따긴 했는데, 자격증 취득 이후 살면서 무언가 오랫동안 나의 의지로 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배우면서 요가의 길로 언젠가는 완전히 들어설 것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정말 이게 내 인생의 "그것" 일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많은 것처럼,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가를 삶으로써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요가에 대한 이 마음이 일시적 일지, 나만의 의지로써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집에서 혼자 연습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목표가 없으면 길을 쉽게 잃을 것 같아 아쉬탕가 100일 도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100번을 카운트하며 나름대로 요가를 계속 이어나갔다. 결론적으로 100번 아쉬탕가는 실패했다. (60 몇 번인가 70 몇 번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은 힘들었다. 정말 작년의 요가 여정은 너무 괴로웠다.


몸이 준비가 안된 건지, 체력이 안 되는 건지, 자세들은 되지 않고, 맞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숨은 차고, 시간도 너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매트에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싫었다).


왜 이렇게 잡생각은 많이 나는지, 싫은 사람, 서운한 기억은 왜 이렇게 자주 떠오르는지. 요가를 하는 건지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는 날들도 많았다. 오늘 안 했다, 오늘도 그냥 넘어갔네 라는 날들이 많아지면 그 스트레스에 스스로 괴로워했고, 며칠 안 하고 나면 몸은 그만큼 또 굳어있다. 돌돌이표 같았다. 어서 100번 채워야 되는데, 빨리 늘어서 요가의 길로 가야 되는데 라는 조급함이 늘 따라다녔다. 나름 가르치는 기회도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많은 것들은 지속되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매트에 올라가 수련하는 것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절대 없었을 것이다. 요가라는 intention, 의도를 힘들어도 계속해서 따라갔고, 이 과정에서 보물 같은 순간들을 만났고, 보석 같은 사람들도 만났다. 존 스콧 선생님의 줌 세션, 샤랏 조이스 선생님의 줌 레드 클래스, 싱가포르에서 만난 키노 선생님, 12월에 떠난 치앙마이에서 요기들을 만나면서, 많은 영감들을 받게 되고 그것들이 원동력이 되어 또 수련을 하게 되었다. 힘들 때면 길이 계속 나에게 열렸다.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자세는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늘고 있었고, 무엇보다 꾸준한 수련 (행함)은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아쉬탕가 샬라에 다니며 마이솔 수련하고 있다. 아무래도 12월 치앙마이 요가원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좋은 선생님과 사람들, 환경 속에서 수련하는 즐거움과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지금까지 한 달 반정도 다니고 있는데, 성장의 속도가 다르다. 부스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내가 보인다. 숩타 쿠르마, 드롭백 컴업, 점프 백 과 점프 스루 등 많은 도전을 맞닿드리고 있지만, 몸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몸은 더 가벼워지고 에너지는 더 채워지고, 끌어올려진다. 자세들은 섬세하고 단단해지며, 자세마다의 연결성을 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쁘다. 어느 때보다 수련이 즐겁고, 집중과 깊이감도 다르다. 힘들고 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지만 가서 수련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수련에만 집중하고 있는 내가 있다. 5일 수련을 다 채운 날은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그리고 점점 더 확신이 든다. 언제 가는 이 길을 가겠구나를 넘어 조금씩 구체적으로 말이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구르지가 인도 마이솔 지역에서 아쉬팅가를 가르쳤는데 이 수업 스타일이 마이솔 수업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시리즈 (나의 경우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혼자 수련한다. 선생님은 돌아다니면서 각 학생의 레벨과 컨디션에 맞춰서 다음 단계를 가르친다. 작년에 집에서 혼자 수련한 것도 나이고 지금 요가원에서 셀프 수련하는 것도 나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그 차이는 어디서 나온 걸까. 물론 몸이 더 열리고 준비된 것도 있지만, 선생님과 함께하는 학생들의 에너지가 확실하게 있다고 생각한다. 요가는 스승에게서 전수되는 형태로 전해 내려왔으며, 구루지와 존경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좋은 스승을 만나고 그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작년에는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이솔이던 홈수련이던 혼자 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크게 작용할까라고 생각 하면서.


마이솔 수련은 셀프 수련이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길을 가게 된다. 그런데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람이 스승이다. 혼자 가다보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길을 잃어도 잃은지 모를 수도 있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 삶에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나누는 것은 스스로를 잘,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내가 길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되고,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이솔 수련에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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