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조명받을 때까지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전시된 가야토기를 봤다.
역사에 흥미는 없지만 유물 같길래 신기해서 우뚝 멈춰 섰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복제품이란 말에 내 멋대로 실망하고 내 멋대로 별 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왔든 나랑 만난 게 중요한 거 아닌가. 지금 내 앞에서 예쁜 조명받으며 고이 서있는 게 중요하잖아.
나는 아직도 내가
뭐든 해볼 수 있다 생각하고
뭐든 해낼 수 있다 생각하고
시작이 늦지 않았다 생각하는데
자꾸 나도 모르게 ‘아직도’를 붙인다.
당당히 살아야지
어디서 왔는지 모를 가야토기도 고이 모셔두는데.
나는 언젠가 더 따뜻한 조명받으며 서있을 거다.
-2022. 3. 18 금요일 오후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