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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아름 Jun 07. 2022

작고 소중한 나

이 세상 살아가기엔 너무나

요즘 몸이 이상하다.

하루의 대부분, 숨을 고르게 못 쉰다. 끼니를 챙기듯 아침저녁으로 운다. 어디서 이렇게 마르지도 않고 물이 나오는지. 이쯤 쏟아냈으면 건조해야 할 나의 몸은 아직도 먹먹한 솜처럼 무겁다. 문득 몸이 가볍게 떠오를 때가 있긴 한데 정말 반짝 그랬다가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다는 말을 왜 여기에 썼을까. 밝고 긍정적인 나를 잃었다는 것을 키보드 위의 내 손끝도 알고 있나 보지. 씁쓸하다.


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말을 새기고 산다. 22살의 자취방, 내가 아끼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편지를 쓰고 싶었던, 우울하게 써놓은 내 일기를 지워버리려 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 이후 도전이 무섭지 않았다. ‘뭐든 죽기보다 더 하겠어’라는 패기가 생겼으니까. 나의 힘듦을 그냥 넘기지도 않게 되었다. 행복하고 싶어서 놓지 않은 삶이다. 무섭고 고통스러운 삶을 버틸 인내심은 이젠 없다. 남들도 다 힘들다고? 그게 뭐가 중요해. 내가 못 버티겠다는데.


맞다.  지금 힘들다. 무섭고 고통스럽다. 숨이  막혀 죽어버릴  같다. 그렇지만 죽긴 싫어.  살고 싶다. 이렇겐 말고 즐겁게 살고 싶다. 철없는 소리도 맞다. 공채시험이 코앞인 누구는 고요한 스터디 카페에서 자꾸 노랫소리가 들린단. 누구는 문서작업으로 10시간을 일하고 시험공부를 한댄다. 다음 주에 전공시험만 이틀간 6개를 친대나. 누구는 취업하고 4-5개월을 매일 울었단다. 누구는 그러더라. 그냥 견딘다고. 그러니 나도 견디라고.


나도 그럴 줄 알았지. 벌려놓으면 어떻게든 해낼 줄 알았지. 이도 저도 못하고 또다시 사네 마네 하는 내 모습은 예상에 없었다. 어쩜 좋아요. 굳은 세상을 걸어가기에 나는 너무 말랑해요. 발바닥부터 서서히 갈리고 있는데요. 햇빛에 데어서 머리도 녹네요. 이러다 곧 사라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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