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아름 Oct 19. 2021

아늑한 우물

쉽게 살고 싶어요


 ‘너만 힘든 거 아니야.’

가혹한 말이다. 한 번뿐인 인생,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라 다독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20살이라는 엉성한 성인의 기준에 부합된 후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원래도 생각이 많았으나 현재의 걸음에 방해되는 딴짓은 멈춰야 했다. 다들 내가 잠긴 고민을 쉽게 떠올리지도 않았다. 철학적이다, 4차원이다 라는 프레임에 씌워져 그저 조금 특이한 애 취급만 받았다. 남들이 인정하는 할 일에만 집중하던 10대는 20대가 되어 깨달았다. 적어도 이렇게는 살아야 한다는 기준은 애초에 없었음을.​


 평생을 고민하게 될 질문이 이제야 터져 나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잡생각이라 분류했던 잡것들을 끄집어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태어났을까’

 지친 나를 채찍질했던 말을 다시 보았다. 자주 들어온 탓에 자연스레 흘러가 겨우 붙잡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이젠 유유히 흘러가지 못한다.​


 행복해지자고 사는 거라며. 왜 남들의 힘듦이 마땅히 견뎌야 할 평균치의 잣대가 되는 걸까. 성격이 소심한 것과 대범한 것은 장단점이 공존한다고들 한다. 멘탈이 약하단 말은 하나의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여기면서.​


 쉽게 무너지면 뭐 어때서. 다시 쌓으면 되지. 모든 경험은 얻는 것이다. 잃는 경험이란 각자가 만든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실패한 시간’이라고 낙인찍은 결과일 뿐. 과거를 애써 쓸어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부서진 유리는 맨손으로 쓸어 담는 거 아니다. 그냥 전보다 조심히 걸으면 된다.

 왜 다들 높게만 쌓으려 할까. 두텁고 낮은 탑은 무너질 높이도 안 된다. 낮은 땅에서 천천히 걷다가 틈새에 핀 꽃 하나를 마주하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이만한 감수성이 없다면 높게 쌓아야겠지. 행복을 찾는 게 누구에게나 목표일 테니. 너는 저 위에서, 나는 이곳에서 각자의 행복을 찾으면 된다. 서로 비교하지 말고.

 힘들면 그만 두자. 한 번뿐인 인생, 행복해야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지 말라는데 사실 개구리는 우물 안이 너무나 아늑할지도 모른다.​


 뭐든 살 만큼만 고생하자. 죽을 만큼 힘들어야 성공한다는 말처럼 무서운 게 없다. 그 성공이라는 것도 무얼 말하는진 모르겠다만, 적어도 죽음보단 행복을 좇고 싶다. 어차피 죽음은 쫓아오는데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 있나.​


너만 힘든 거 아니다.

근데 난 안 힘들란다.

작가의 이전글 스노우볼이 있었으면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