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쥬세빼 베르디
세월을 많이 챙겨 먹고 나니 종종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시간과 함께 깨달음이 오고 자연스럽게 내재되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인데요, 소위 '인문학'이라 일컬어지는 그 사람에 대한 공부 역시도 왜 필요한지, 왜 이해해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겪어가며 대다수가 토로하는 애로사항들이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게 허다하니,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우리 인간을 이해하는 게 사실상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전부가 아닐까 싶어 집니다.
그런 관점에서, 도대체 왜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시대를 초월하는 명문인지 이해 못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보니 그야말로 인간이라는 미궁을 가장 깊고 넓게 탐험한 언어의 우주라는 정의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아마도 같은 이유에서 작곡가 베르디도 그토록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 했던가 봅니다. 그가 남긴 셰익스피어 원작의 오페라는 총 3가지가 있는데, <오텔로>는 말년의 베르디가 평생 쌓아온 음악적 노하우를 집대성한 역작으로 손꼽힙니다. 당시 영어 고어로 된 희곡을 이탈리아어로 제대로 번역해 각본을 써내는 작업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어서, 애초 1847년에 <맥베스>를 발표한 후 40여 년이 지나서야 그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열정이 두 번째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베르디가 활동하던 시기에, 독일의 바그너는 그만의 독보적인 '악극(Musik Drama)'으로 유럽 음악계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데요, 말년의 베르디가 내어놓은 <오텔로>를 들어보면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온 베르디만의 스타일과는 살짝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상 동시대인으로서 바그너의 존재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던 베르디가 은연중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물론, 누가 누구를 따라 한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을만한 음악가들이 아니기에, 그저 시대적 사조에 따라 각자의 개성으로 음악에 녹여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모습을 그야말로 폭풍우 같은 음악으로 휘몰아치며 시작되는 이 멋진 오페라 <오텔로>에 관해 수다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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