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아이의 운동법
시작은 설렁설렁 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면 부담을 못 이겨낼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서 처음엔 하고 싶은 만큼만 자세도 내 맘대로였다. 이렇게 하루 10분 20분이 점점 늘어나 4개월 정도 된 이 시점에선 하루 1시간~1시간 30분 정도가 됐다.
홈트에 재미를 붙여서였을까? 아니, 난 게으른 귀차니즘. 기구 필라테스가 너무 해보고 싶지만 거기로 걸어 나가야 하는 게 너무 귀찮다. 집 앞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옷, 그 옷 차림새, 신경 쓰인다. 난 차마 딱 붙는 레깅스를 입을 수 없다. 뚱뚱한 건 그렇다 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숏다리를 대놓고 보일 수가 없다. 남의 시선 따윈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대범함도 없다. 차림이 자연스럽지 못해 눈길을 받는 게 싫다. 레깅스 입은 뚱보 아줌마로 보이게 싫다. 그렇다고 후줄근한 것도 싫고, 싫고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하여 돈을 아껴야 하니 내 운동에 들일 돈은 없다는 이유를 만들어 냈고 집에서 하는 운동을 유지 중이다.
홈트 동영상을 따라 하며 내 자세가 제대로 된 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걸 염려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처음보다 자세가 나아지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철저한 자기주도학습(?) 과정이라고 우겨보는데 나름 마인드컨트롤에 도움이 된다.
집에서 운동을 하면서 좋은 점은 차림새다. 처음엔 일도 신경 안 쓰고 아무거나 입었다. 그러다 점점 운동에 옷이 걸리적거리는 게 느껴졌다. 마땅히 입을 게 없어서 그냥 속옷차림으로만 한 날 도 종종 있다. 세상 편하다. 집이니까 가능. 혼자 뿌듯하다. 가끔 스치듯 지나다 그 모습을 보게 되는 가족들에겐 심심한 사과를 전하고 싶다.
사실 제일 좋은 건, 마음대로 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찐 집에서만 가능한 거. 운동하다 보면 평소보다 방귀가 자주 나오게 된다. 만약 필라테스 학원이었다면? 설령 학원에 나 혼자 있는 순간이어도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내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배에 가득 찬 가스로 인해 상쾌하지 못한 빵빵한 배. 이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점들을 누리며 홈트를 이어가는 중에 문득, 운동을 하며 겪는 일들을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넋두리가 될 수 있겠다 싶은데 글쓰기 욕구를 샘솟게 해 준 건 분명. 대충 해보다가 습관이 되어가는 운동처럼 글쓰기도 탄력 받아 보고자 한다.
(오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