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의 생일이다. 생일선물로 뭘 갖고 싶냐는 질문에 3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1. 디지털피아노
2. 카메라
3. 자전거
모두 거절당했지만.
거절하는 데에도 나름 일리는 있었다.
ㅡ 나중에 아이 낳으면 피아노 칠 시간이 있을 것 같아?
ㅡ 카메라는 지금 있는 카메라도 안 쓰면서 뭐가 크게 다르다고 또 사려는 거야? 핸드폰이 있는데 사진 자주 찍을 것 같아?
ㅡ 지금 날씨도 추운데 자전거 타면 얼마나 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서운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사주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한 게 아니었다. 나의 취향을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 서운했다.
거절 멘트를 다시금 곱씹어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모두 ‘~ 할 거 같아?’로 끝났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은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을 통해 나의 행동을 추측해 저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써보고 후회해도 후회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저렇게 단박에 나를 판단해버리는 게 기분 나빴다. 그리고 이유가 뭐가 됐든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저걸 원한다는데!
내가 너무 현실에 벗어난 철없이 돈만 낭비하는 선물을 바라는 건가?
아,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건 내 취향이다. 그리고 그 취향을 존중받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