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존창업 Dec 01. 2021

프렌치토스트, 짜파게티

요리의재해석

프렌치토스트 그리고 짜파게티


모처럼 일찍 집에 왔다.

중학생 큰딸은 고라니처럼 이불속에서 숨어 있다.

곧이어 초등학교 2학년 막내가 집에 왔다.

냉장고 옆에 숨어있다 깜짝 놀래준다.

막내는 화들짝 놀라면서 반가워한다.


지난 몇년간 아이들은 혼자일 때가 많았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와도 반겨주는 이가 없다.

부모가 자영업자라 가게를 지키느라 집을 지키지 못해서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느라 정작 자식에게는 소홀해지기 일쑤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스스로 자랐다.

생존을 위해 간단한 음식은 잘 만들어 먹는다.


불현듯 어린시절 시골집이 떠오른다

집에 오면 항상 엄마가 기다렸다.

가방을 던져놓기 무섭게 날 반갑게 기다려준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아끼는이다.


여름이면 시원한 미숫가루.

겨울이면 따뜻한 물고구마.


항상 챙겨주는 소울푸드.

그 기억과 추억은 수십년이 지나도 또렷하게 각인됐다.


팔을 걷어 부친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4조각 남은 식빵과 짜파게티가 눈에 들어온다.


계란을 풀어 식빵에 적신다.

잘 달궈진 프라이펜에 버터하나를 녹이고 그위에 빵을 굽는다.


살살 뒤집어가며 노릇이 익어가는 프렌치토스트.

아이들의 입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정성이 더해진다.

예쁜그릇에 설탕을 송송뿌리고 딸기쨈으로 멋을 낸다.


별거 아닌 요리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물오물.

두녀석은 맛있게도 잘 먹는다.


막내는 배가 더 고파졌다고 한다.

신라면, 진라면, 짜파게티, 나가사키짬뽕.


한참을 고민하다 짜장을 선택했다.

오물오물

막내는 지금 이순간 입술이 거뭇거뭇해졌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만들어 내던 음식들이 새롭게 해석되는 순간이다.


반찬이 없어도 쓰싹쓰싹 만들어준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다.

결국엔 사랑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일년만에 다시 찿은 해운대가 변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