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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형 Oct 02. 2022

해파랑길에 서다.

통일전망대~ 고성군 간성 송죽리

2022년 10월 01일 맑음


           오전 6시에 일어나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통일전망대에서 해파랑길을 시작하기 위해 동서울터미널에서 강원도 고성의 대진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예매했다. 오랜만에 동서울 터미널을 이용하게 됐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먹으며 주변을 살펴본다. 새로 건립되어 경부고속터미널을 대체하는 터미널로 인식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설이 노후화되어 구내 상점들은 영업을 중단했다. 현대화사업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것으로 미루어, 곧 개량공사가 진행될 모양이다. 우동이 예전 맛이 아닌 건지, 내 입맛이 변한 건지... 면과 국물이 따로 노는 우동을 대충 먹고 대진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8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한 석 여유가 없는 만석이다. 등산객과 군 면회객, 자전거 여행객들로 차 안이 그득하다. 버스는 춘천과 홍천 방향을 달려 인제, 원통, 백담사, 간성, 거진, 대진에 정차하는 시외버스이다. 연휴에 막히는 교통으로 마음 급한 버스기사의 운전은 거칠고 시골 도시의 요철에 버스가 튕길때마다 아주머니들의 놀람과 탄식의 소리가 이어진다. 그렇게 복잡한 경기도를 벗어나 한적한 강원도의 지방도를 버스는 달린다.


          인제를 거쳐 원통에 버스가 멈췄다. 뽀송뽀송 앙고라 털로 만든 듯한 귀여운 재킷을 걸치고 옷만큼이나 귀여운 20대의 순해 보이는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린 아가씨는 기다리고 있던 젊은 군인의 팔짱을 끼고 더 이상 환해질 수 있을까 싶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버스는 산길을 달려 백담사에 도착했다. 앞자리에서 경치를 바라보며 느리게 이야기를 나누던 70대의 노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거진에서는 옆자리에 앉아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던 40-50대 4총사 아주머니들이 색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하차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뿐이다. 그렇게 목적지인 대진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이제 통일전망대에서 해파랑길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버스가 1시간이나 연착했기 때문에 맘이 급하다. 통일전망대 구경은 가족들과 다시 한번 올 것을 기약하고 바닷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성의 맑은 바닷길 햇살을 받으며 걷는다. 고성의 바다는 다른 동해안의 바다와는 조금 다르다. 속초나 강릉의 바다보다는 사람 손을 덜 받은 느낌이다. 바닷물이 맑고 울퉁불퉁 바위섬들이 많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 참을 서서 망중한을 즐겼다. 사람 맘이 비슷한 것인지 고성 바닷가에는 갓 길에 차를 세우고 캠핑의자에 앉아 바닷멍을 때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위 차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가족들과 함께 와서 차박은 아니더라도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잔 하면 좋을 듯하다.


            버스의 연착으로 늦게 시작한 여정에 맘이 급했는지 길을   들었다. 덕분에  길을 가로질러 다시  길로 들어설  있었지만 발바닥에 조금 문제가 생긴  같다.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간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앞바다의 전경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강원도에  없이 많이 왔는데  고성에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풍광이 좋은 곳이다. 봉우리의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길을 재촉한다.


           간성 송죽리의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사위가 어두워진다. 오후 6시 20분인데도 주변에 어둠이 내리고 더 이상 걸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가 어두워졌다. 큰 도로의 버스정류장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는 영영 무소식이다. 결국 콜택시를 불러 예약했던 송지호의 모텔로 향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나이와 몸은 생각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빠른 속도로 산길과 해변길을 걸었더니 발바닥에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발바닥에 물집이 크게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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