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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30. 2021

독일에서 튀김이 먹고 싶을 때

만들어 먹어야 한다.

  독일은 비가 자주 내린다. 차라리 소나기가 확 내리면 좋겠는데 조금씩 여러 번 내린다. 이제 이 정도 비에는  우산을 안 써도 된다. 처음엔 우산을 챙기고 다녔는데 이젠 그냥 모자를 쓰고 나간다. 조금 있으면 비가 그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상하게 독일에서 튀김이 먹고 싶다. 한국에서는 튀김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항상 떡볶이를 먹을 때면 떡볶이 소스에 튀김을 찍어 먹었던 그 맛이 기억에 남나 보다.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분식집도 없을뿐더러 오징어튀김이니 고구마튀김 등을 파는 곳이 없다. 먹고 싶으면 내가 해 먹어야 한다.


  독일에 오고 나서 나는 유튜* 애청자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영상을 검색하면 다 나온다. 독일어 발음부터 기초회화, 한국음식 먹방, 특히 음식 만들기 영상은 최고다. 세상에 정말 금손들이 많았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음식 영상대로 재료만 준비해두고 순서대로 따라 하면 맛있는 음식이 된다.

  지난번 한인마트에서 빵가루를 봤는데 튀김에 꽂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독일 마트에서 찾아보고 요리를 해보겠노라고 그냥 나왔다. 독일 마트에서 빵가루를 찾았다. 독일빵가루는 우리나라 빵가루와는 조금 다르게 더 입자가 곱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튀김을 매일 해줄 수는 없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해서 카레와 함께 치즈돈가스를 해주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치즈도 잘 안 먹었는데 여기서는 치즈를 매장에서 자주 보다 보니 BIO식품으로 치즈를 사 먹고 있다. 생각보다 치즈와 빵가루가 들어가는 요리들이 많았다. 사실 처음에는 다 독일어라 눈에 잘 안 들어왔는데 이젠 마트를 가서 계속 보고 검색을 해서 찾다 보니 드라이이스트도 찾고 빵가루도 찾고 눈에 들어온다.

독일의 식료품 코너. 이젠 눈에 물건들이 들어온다.
드디어 빵가루를 찾았다. 입자가 얇다. 한동안은 빵가루가 들어간 요리를 많이 만들 거 같다.
치즈돈가스를 만들어보았다. 음식의 고수가 되고 있다.  한 입 먹으면 치즈가 주욱 늘어난다.  카레랑 먹으면 더 맛있다.

  나는 한국에서 돈가스도 한 번도 만들어먹지 않았다. 돈가스나 튀김은 집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내가 먹고 싶으면 다 만들어먹어야 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음식 영상들이 너무 자세하기 나와줘서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고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해서 나의 음식으로 만들고 있다. 덕분에 음식 솜씨도 같이 늘고 있는 거 같다.  4년 뒤에는 음식 고수가 될 거 같다.

  오늘 저녁은 카레에 치즈 돈가스를 찍어먹어야겠다. 살찌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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