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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의 물 단식

by 현안 XianAn 스님

미국에서 출가하기 전부터 매년 꼭 하는 것이 있습니다. 물단식입니다.


단식은 할 때마다 느끼지만, 단식은 정말로 강력한 수행의 도구입니다. 수 년 전 미국에서 영화스님이 단식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주셨을 때, 저에게는 단식이 아주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단식하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고, 왜 단식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영화스님은 "내가 해보니까 좋았고, 여러 사람이 해봤는데 다 좋았다"고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스님은 법문시간에 "단식의 과학"이라는 짧은 다큐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게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때 3일 단식에 도전해보았습니다. 나에게 그 3일은 태어나서 가장 길게 느껴진 3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수행의 진전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당시 단식에 도전해 본 사람은 겨우 몇 명뿐이었지만,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선칠 기간이 오면 모두들 더 오랫동안 단식을 했습니다.


사실 단식은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도 건강에 엄청난 혜택이 있습니다. 그동안 안 좋았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없어집니다. 어떤 사람은 단식이란 말만 듣고도 무서워하고, 몸 상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만 사실 단식은 정반대로 건강을 좋게해줍니다.


저는 작년 겨울 20일이라는 가장 긴 단식을 했습니다. 단식하면서 지옥을 몇 번 다녀온 것 같았는데, 단식 후에는 새로 태어난 듯 좋았습니다. 단식의 괴로움은 언제 그랬냐는듯 깨끗이 잊어먹고는 만나는 사람마다 단식 꼭 해보라고 권합니다.


올 겨울에는 해야할 일들이 있어서 겨우 9일밖에 못했습니다. 단식할 때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아 정말 힘들다.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단식할 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괴롭습니다. 원래 몸이 안 좋았던 부분이 드러나기도 하고, 온 몸이 쑤시기도 하고, 구토증이 나기도 합니다. 두드러기처럼 몸 여러곳이 간지럽기도 합니다. 정말 다양한 증상을 겪습니다. 사람마다 단식할때마다 증상도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단식을 또 하게 됩니다. 매년 겨울 이런 몸과 마음의 정화가 있어서 그나마 일 년 동안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으로써 역할을 하려면 찾아오는 재가자보다 몸도 마음도 맑아야 합니다. 그런데 도심 속에서 사는 스님이다보니 그렇게 유지하는게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단식은 짧은 기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행법입니다. 오늘 연재글은 단식하고 죽 3번 먹고 쓰다보니 "단식 추종자"가 쓴 글처럼 되었군요! 여러분도 할 수 있다면 물단식 3일부터 한 번 꼭 해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누구라도 종교에 상관없이 꼭 해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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