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을 자주 언급합니다. 그렇습니다. 명상이란 자각(self-awareness) 즉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명상하면 자연스레 24시간 내내 자각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더 빠르고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건 몸과 마음 둘 모두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명상하지 않는 상태라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우울, 불안, 걱정과 같이 원치 않는 감정과 생각이 몰려올 때, 인지할 수도 없고, 그러므로 대처할 수 없는 겁니다. 자신이 안 좋은 상태임을 알았을 때는 보통 이미 너무 깊이 잠식되었을 때입니다. 하지만 매일 명상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를 더 빨리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완전히 잠식되버리기 이전에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이 명상하는 능력과 기술이 좀 뛰어나다면 질병이 침투해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는 목 주변부터 공격이 들어옵니다. 그러니 감기에 완전히 걸려버리기 전에 미리 침투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방어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해야만 이런 원치 않는 상황이나 상태를 더 빨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명상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은 자기 점검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그냥 “알아차림”이란 단어 하나로 설명하는 건 좋지 않다고 느낍니다. 서양에서 명상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명상에 관한 책을 읽고, 충분한 명상 기술을 습득하지 않은 채, 이론적으로 또는 지적으로만 이해하고 설명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명상의 과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명상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명상은 생각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그런 류의 설명을 듣고 읽다보면 생각이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알아차림”은 생각으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머리로 이해하려하지 마십시오. 명상 수행을 바르게 하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머리속에서 이 지식과 저 지식을 이어붙이고 추론해서 얻는 이해는 여러분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끕니다. 그건 유익하지 않습니다. 온갖 생각으로 이해하고 추론하면서 명상을 안다고 착각하면 그건 잘못된 길입니다.
그렇다면 뭘 알아차려야 할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자기 번뇌입니다. 어떤 명상이든 가장 핵심은 명상을 통해서 번뇌를 더 빨리 자각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명상하려고 가부좌로 일단 앉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불편하다는 생각부터 올라옵니다. 다리가 아프니까요. 그리고 꼼지락거립니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이미 명상했는데, 또 아프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게 번뇌입니다. 명상의 훈련이란 이런 번뇌를 정복하도록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예전에 이런 생각이 그냥 당연하다고 여겼다면, 명상 훈련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하나씩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는 겁니다.
보통 우리는 번뇌를 그냥 현실로 여기고, 그걸 정상이라고 봅니다. 그냥 지니고 살아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 명상 훈련을 통해서, ‘아니야 난 이걸 정복할 수 있어. 이걸 넘어설 수 있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명상을 배운다면 우선 실력있는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그 명상 선생님이 “이걸 해야 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좋은 선생님은 학생에게 구체적이고 아주 간단 명료하게 “다리를 꽈서 앉아라!”, “배꼽을 향해 염불해.”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주 명확한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당사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덜 번뇌롭게 진화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이런 명상 훈련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은 스스로 어떤 것이 자신에게 바람직하지 않은지 인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지한 것들을 가능한 빨리 없애야 합니다. 그것이 명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