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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Dec 12. 2024

서방극락정토 (2)

저는 출가 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심지어 유럽에서도 늘 명상을 알리고 가르치는 일을 해왔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순선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별로 관심이 없고, 제 마음은 늘 "선禪"에 있습니다. 왜냐면 애초에 절에 간 것도 명상을 배우고 싶어서지, 종교적이기 때문도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출가 후 대승경전도 더 많이 접하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예불도 하고, 염불도 하고, 특히 주력수행을 많이 합니다. 절에 오는 다양한 사람을 접하면서, 많은 스님들을 만나면서 시각도 더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활은 매우 고되고 힘듭니다. 하나만 붙잡고 완전히 잘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양한 걸 공부하고 실행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승님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만약에 나의 스승님이 오직 선이 최고이고, 다른 건 필요없다고 말했다면, 나는 이렇게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정토불교에 대한 글을 또 써보고자 합니다. 사실 정토불교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토불교는 아직 너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런 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불교를 접했을 때는 오직 "선"만을 옹호하고 쫓았지만, 여러분은 나처럼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수행을 접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정토불교 또는 정토사상이라 불리는 부처님의 거대한 지혜에 대해서 어떤 자는 이렇다, 어떤 자는 저렇다라고 다양한 견해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나 신앙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절하하는 건 옳지 않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 볼 수 없는 것,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그냥 솔직하게 "난 잘 모르겠다", "이런 정토불교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아직 거기까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세계관에 의하면 "서방극락정토"라는 세계는 이 우주에서 불자, 비불자 모두에게 최상의 장소입니다. 이 우주에서 정토는 무수한 세계 중 하나이고,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도 이 우주 속 여러 세계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여기 사바세계와 정토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 사바세계는 온갖 괴로움으로 가득한데, 정토에는 괴로움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토에는 탐진치가 없으므로 언제나 안락하고 고통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사바세계의 특징은 우리 모두에게 탐, 진, 치의 마음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모두 음식을 탐하고, 돈을 탐하고, 명성을 탐합니다. 그렇게 탐심을 일으킬 때마다 무슨 일이 생기는 줄 아나요? 삼악도로 떨어지는 씨앗을 만드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탐하는 생각할 때마다 현생을 마치고, 미래 또는 미래 생에 그런 일이 생기는 씨앗을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귀계로 추락할 씨를 만듭니다. 서양인이나 젊은이는 이런 말을 듣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겁니다. 탐하는 마음 하나로 귀신이 될 수 있다니 믿기나요? 요즘 사람에게 아마 이게 허무맹랑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화나는 생각은 어떨까요? 화는 지옥으로 갈 씨앗을 만듭니다. 미래에 그 씨앗이 자라면 지옥으로 추락하는 겁니다. 아귀는 늘 배고프고, 목마릅니다. 지옥은 훨씬 더 괴롭습니다. 쉼 없이 고문을 당합니다. 각 과보에 따라 여러 지옥이 존재합니다. 온갖 류의 지옥이 있고, 지옥마다 다른 고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옥에 들어가기 직전, 바로 그 순간, 어떤 업으로 지옥에 가는지 알게 됩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이 이야기가 대수롭지 않고, 미신 같을지 몰라도, 아마 지옥의 입구에 도달하면, 이 말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우리 맘속에 탐진치가 있어서 괴로운 것입니다. 반면에 정토로 왕생하면 거기서는 탐하는 마음, 화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괴로움이 없는 겁니다. 심지어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명상은 뭐 하려 하나요? 열심히 염불해서 정토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실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열심히 선정 수행 즉 명상해서 더 높은 선정의 단계에 도달하면, 정토에서도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한 번도 명상도 수행도 하지 않아서 선정의 힘이 “0”라면 정토에서도 그냥 말하자면 땅바닥에 사는 겁니다. 반면에 높은 수준의 선정력이 있다면, 여러분을 위한 궁전이 정토에 생기게 됩니다. 정토만 가도 좋을 거 같은데 멋진 일 아닌가요? 

아무튼 중요한 점은 여러분이 정토에 가면 한 생만에 부처가 됩니다. 보장되어 있습니다. 부처가 된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에서는 부처가 되는 게 너무나 괴롭고 힘든 일이고, 한 생에 되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아미타경에 따르면,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근데 정토에 도달하면 한 생만에 부처가 됩니다. 그러면 더는 괴롭지 않아도 되고, 아프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정토에서는 아주 아주 오랫동안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부처가 됩니다. 심지어 마하살도 모두 서방극락정토에 가길 소망합니다. 마하살이란 보살 중에서도 엄청 지위와 지혜가 높은 성자입니다. 그런데 그들조차도 정토에 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정토에 관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뭐야 말도 안돼!"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런 내용도 있구나!"라고 듣기만 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정토"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토"라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복은 대단한 겁니다. 어떠세요? 불교의 세계관이 흥미로운가요? 혹시 이런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부처님이 부처님의 큰 지혜로 우리를 위해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나같으면 '이건 이해할 수 없으니 진실이 아니야!'라고 단정짓기보다는 정토에 가고자 소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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