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과 겨울이 되면 한국의 많은 선방은 일제히 안거에 들어갑니다. 많은 스님이 모든 걸 내려놓고 일제히 선방에서 정진을 시작합니다. 이런 불교 전통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안거는 산스크리트어로 'varṣa'이며, 중국, 한국과 같은 북방에서는 여름과 겨울,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라오스 등 남방에서는 여름에 안거에 들어갑니다. 우리 위앙종의 도량에서도 선칠이라고 불리는 안거 기간을 지냅니다. 선칠 기간에는 온 사부대중이 모여서 좌선 정진을 합니다. 선칠에 앞서 불칠 기간도 있습니다. 불칠이란 쉬지 않고 7일 동안 밤낮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염불하는 것을 뜻합니다. 올겨울은 12월 8일 아미타 부처님의 탄신을 봉축하는 법회를 시작으로 불칠에 들어갑니다. 이날부터 위앙종의 미국과 한국 도량에서 사부대중이 모여서 7일간 아미타경 염송과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염불하는 겁니다.
이번 겨울 불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위산사를 중심으로 불칠에 들어갑니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영화 스님이 위산사에 머무르기 때문에 많은 대중이 위산사로 모입니다. 미국 각지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한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수행자들이 위산사로 모입니다. 그리고 이런 수행법은 예부터 전해져 온 것이지, 우리가 새로 만들어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정토 불교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행법인 염불에도 더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불칠 속에 세세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칠의 살인적인 일정표, 염불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멜로디, 온종일 염불하고 듣는 선지식의 저녁 법문, 하루를 마무리하는 대회향까지 이런 모든 것이 우리의 수행하는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도움을 줍니다. 특히 중국식 정통 염불은 음률이 아주 다채롭습니다.
사실 저는 출가 전에는 염불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순선파입니다. 그런데 출가하고 나니까 정토 법회를 집전해야 했고, 사람들에게 이게 얼마나 이로운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출가 후 선에 대해 좀 더 많이 이해하게 되니, 이런 염불의 음률과 구성이 수행하는데 얼마나 이롭고 효과적인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위앙종이 미국에서 발전해서 한국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멋진 중국의 염불을 한국어로 합니다. 더 많은 한국인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의 많은 스님이 함께 염불하고는 이게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하다고 말합니다.
불칠을 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우리가 “대중법”을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대중이란 수행하려고 모인 모든 이를 말합니다. 법당에서 염불하고, 선방에서 좌선하는 사람만 대중이 아닙니다. 공양간에서 봉사하는 사람, 법문만 듣고 집에 가는 사람, 공양간에서 간식 먹고, 학교 숙제하는 대학생까지 다 포함해서 대중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수행에 관심이 있어서 모인 모든 이를 다 포함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대중법이란 대중이 뭘 하든 그냥 따라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로 사람들이 절하면 따라서 절을 합니다. 다들 염불할 때 염불하고, 합장하면 따라서 합장하는 것입니다. 법당을 돌면서 염불하면, 나도 따라서 목소리를 내서 염불하는 것입니다. 그냥 따라 합니다. 모두 결가부좌로 앉아서 좌선하면, 나도 그렇게 합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대중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각자의 개성은 사라져 버립니다. 아상은 누르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무시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염불하러 절에 왔는데,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박자도 틀립니다. 귀에 너무나 거슬리고, 싫은데, ‘저 사람 목소리 진짜 싫어!’라는 생각을 무시하고, 그냥 계속 따라 합니다. 그렇게 단순합니다. 그게 바로 대중법입니다. 이건 오직 대승에만 있는 방법입니다. 그냥 여러분의 이웃을 따라가는 겁니다. 그러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싫어할 만한 일이 자꾸만 생기는데, ‘나 이거 싫어!’라는 생각은 무시하고, 계속 수행합니다. ‘염불 진짜 길다.’, ‘나가서 커피 한잔만 하고 와야지.’라는 생각도 무시합니다. 이것이 대중법에서 처음 배우는 부분입니다. 떠나려는 생각에 저항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과 계속 싸우면서 피곤하지만, 그냥 따라갑니다. 예로 불칠은 새벽 4시 시작해서 대략 밤 9시에서 10시까지 계속합니다. 그런데 이런 긴 하루를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몸이 힘들고, 마음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2~3일만 버티면 좀 적응할 수 있습니다. 첫 2~3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자꾸 방으로 가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눕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계속 염불하는 겁니다. 잠을 설쳤어도, 쉬지 않고 계속 염불합니다.
수행은 멋지고 평화로운 사진 속 명상가처럼 영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만난 스님 중 가장 존경스럽고, 수행으로 높이 올라간 분이 있는데, 그분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수행하셔서 거기까지 가셨나요?” 그들은 모두 같은 답을 했습니다. 그냥 여기서 대중 속에서 살았다고 말입니다. 이분들은 지난 50년간 스님이었는데, 아직도 매일 새벽에 예불하고, 일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은 대중으로부터 떠나려는 충동을 참질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문제도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고요히 앉아 있는 걸 수행이라고 착각합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대중 속에서 수행하는 것이 산속에서 혼자 정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성취가 크다고 느낍니다.
물론 혼자 앉아서 정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안거, 불칠, 선칠 수행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거기서 얻은 능력으로 대중 속에서 일상을 살면서 계속 발전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과 상황이 여러분을 테스트할 겁니다. 매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번뇌를 버려야 하니까요. 여러분은 스님이 아니니까, 불칠하는 7일만 견디면 됩니다. 그러고는 집에 가서 편하게 살면 됩니다. 하지만 그 7일간 염불하면서, 싫은 사람도 견뎌야 하고, 힘든 상황도 맞닥뜨려야 할 겁니다. 이게 엄청나게 어려운 겁니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고 계속합니다. 내적 갈등이 엄청 많습니다.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사람과 부딪히면서, 포기하지 않고 버텨야 합니다. 그게 진짜 수행입니다.
그렇게 힘든 순간을 넘기고 견디면서, 5분만 쉬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겁니다. 단 7일만 견디면 됩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유혹도 참고, 피곤할 때 눕고 싶은 유혹도 참아냅니다. 화나는 일이 생겼을 때도 염불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염불하러 법당으로 가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그만둘 핑계를 계속 만들어 낼 겁니다. 이렇게 대중법은 그만두고 싶은 유혹과 싸우는 걸 포함합니다. 그러니 염불 속에도 선(禪)이 있습니다. 가부좌로 앉아서 ‘다리 아파, 풀고 싶어’하는 유혹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대중법을 조직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대중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법주가 합니다. 예를 들어 새벽 예불은 능엄주로 시작하는데, 그때 거대한 우산이 쳐져서 그 아래 모든 이를 보호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중이 모두 보호받습니다. 그러므로 대승에서는 법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런 게 없으면 대중에게 다양한 문제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진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20년, 30년 수행해도 진전이 없고, 20생, 30생을 다시 태어나도 진전하지 않습니다. 매일 명상하지만 깨닫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건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엔 별거 없을 것 같지만, 사실 대중법은 실로 엄청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