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었다.
공항에서의 퇴근길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우당 탕탕이다. 나처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공항철도 혹은 공항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공항버스는 일반 버스처럼 5~10분 간격으로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이 자신의 퇴근 버스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편이었고, 버스를 타기 전 출국장 안 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출국장 밖에 위치한 락커에 들려 옷을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모두가 '퇴근하세요.'라는 담당자의 말이 나오면 락커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엘리베이터는 투명하다. 나는 그날도 사무실에서 열심히 달려서 4층에 위치한 락커에 도착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공항버스를 타는 지하 1층까지 이동하기 위하여 엘리베이터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버스 출발까지는 3분 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바로 타고, 뛰면 딱 탈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달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고, 문이 거의 닫힌 엘리베이터를 잡기 위하여 버튼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뒷모습만 보이던 남자가 그와 마주 보고 서있던 여자에게 열정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띵 -
그리고 나는 놀란 토끼눈의 여자와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다. 내 손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듯한 여자의 어색한 눈인사와 함께 나는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퇴근버스도 그대로 놓쳤다. 그러나 영화같이 멋진 키스신을 바로 코 앞에서 관람했다. 괜찮은 딜인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엘리베이터에서 3층에서 몇 층까지 내려가셨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이라니. 박진영의 노래 '엘리베이터'가 생각났다. 현실이 예술을 따라 하는 건지,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건지, 심지어 두 분 나이대가 40대 정도로 보였는데 그 나이대에 그렇게 불 같은 사랑을 하시다니. 더 멋있었다. 그날 일은 뇌리에 박혀서 이렇게 글로도 남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적도 중요하지 않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았다. 모두 영화같이 뜨겁고 멋진 사랑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