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탈 비행기가 만약 3시에 출발 예정이라면, 원칙적으로 출발 10분 전 탑승이 마감된다. 해당 내용은 비행기 표에 매우 작게 쓰여 있을 것이다. 소현은 탑승객을 위하여 이 문구를 더 크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탑승구 주변에서 탑승을 기다리거나 라운지, 면세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출발 30분 전후로 탑승구에 나타난다. 그러나 꼭 어떤 승객들은 출발 시각에 딱 맞추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커플, 혹은 신혼부부로 보이는 남녀를 제외하고 모두가 탑승한 상황.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라도 둘이 비행기에 이미 타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아영이가 기내 체크를 위하여 비행기 내부로 들어간 상태였고, 진희 과장님은 저 멀리 면세점 쪽에서 승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하... 전화도 안 받으시고, 대체 어디 계신 거야 진짜"
마지막 고객을 찾는 방송을 하고, Final call 방송을 몇 번이고 틀었지만 둘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소현은 승객의 핸드폰 번호로 연락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그랬을까? 그 승객들은 받지 않았다.
기내 체크를 마치고 기내에 승객이 없음을 확인한 아영이가 안절부절못하고 소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BCC에 이미 두 명의 승객의 짐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상태였으나, 그 날따라 짐을 찾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고 출발 시간은 이제 겨우 1분 남았었다. 그리고 과장님의 워키가 들려왔다.
"109 게이트, 승객 두 분 컨택되었습니다."
과장님의 워키와 함께 저 멀리서 과장님과 양손 가득 면세품을 든 승객 두 명이 열심히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고객님, 빨리 오세요!!! 지금 출발 시간 지났어요!!! 두 분 빼고 모두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소현은 화를 억누르며, BCC에도 짐을 다시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수많은 짐 중에서 특정한 짐을 찾는 일은 정망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너무나 죄송한 마음을 뒤로하고, 소현은 두 승객의 탑승권을 받아 탑승 처리를 하고, 출발 10분 전에는 꼭 탑승하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승객들은 미안하다는 말 없이 조용히 들어갔다.
소현은 탑승구와 비행기를 타는 구역의 경계를 짓는 문을 닫기 위하여 멀어지는 승객 두 명과 가까워졌는데, 그때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게 되었다.
일행 중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거봐, 태워준다니까? ㅋㅋ"
소현의 속이 뒤집어졌다.
메인은 결정을 해야 한다. 출발 10분 전까지 나타나지 않은 이 승객을 내릴지 말지, 보통 승객이 많거나 비행기에 상황 있어서 탑승이 늦게 시작되면 짐 찾는 일보다 승객이 먼저 오는 일이 있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는 편이다. 소현은 이미 탑승한 다른 승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비행기를 늦어도 정시에 맞춰 내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한 번은 미국행 비행기 메인을 맡았는데 오지 않은 승객들의 짐을 찾는데 30분이 넘게 걸려서 핸들링 메일을 썼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자괴감이 강렬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봐, 태워준다니까?' 그 여덟 글자에 지금까지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기준이 흔들렸다. 모두가 다른 사람들의 시간과 약속을 중요하기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비행기에 탑승해있는 300명의 승객은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시간에 맞추어 탑승한 사람들이 우리를 배려했듯, 우리 또한 그들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