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가을 날씨는 변덕쟁이다.
정말 뒤죽박죽이다.
어제는 추웠다, 오늘은 더웠다. 햇빛이 쨍했다. 갑자기 비가 왔다.
날씨가 미친년 같다.
웃었다. 울었다. 슬펐다. 기뻤다.
밴쿠버에 오래 살다 보니 내 감정도 미친년 널뛰기 중이다.
차분히 앉아서 지난날 써왔던 글을 읽어보았다.
썼던 글이 마음에 안 들어 글을 쓰고 고치고 지우고, 쓰고 고치고 지우고 이 짓을 매일 3시간씩 반복한다.
화딱지가 나 지난 일주일간은 썼던 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자기 확신이 얼마나 없으면 썼던 글을 수백 번 썼다 지웠다 반복을 하냐!'
'대체 나는 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또 썼다 지웠다 하고 있지. 같은 말인데 뭐가 맘에 안 들어서..'
어느 날은 글 하나를 수정하는데 6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썼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날 보아도 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힘이 든다.
제발 내 글을 조금만 수정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일 아침 일어나 오늘 쓴 글을 들여다보며 또 수정될 나의 이 문장이 내일 아침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본다.
밴쿠버 날씨처럼 변덕진 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