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힘듦이 너를 강하게 할 거야
올해 38살,
내 인생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지혜롭고 성숙하고 강해야 하는 나이,
그런 나이에, 나는 길거리에서 자주 운다. 엄마가 자주 보고 싶다.
“이 힘듦이 너를 강하게 할 거야.”라는 말을 20대부터 붙잡고 살았다.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았다. 캐나다에서 처음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몇 명의 사람들이 호구조사를 했다. 남편의 공부와 사역으로 캐나다에 오게 되었고, 내가 일을 해야 하고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주방일이 내게 가장 최적의 곳이라고 말했다. 사실 오랫동안 사역을 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내게 이런 일은 처음이시죠? 혹은 지금까지 일은 해본 적 있으세요? 물었다. 이게 뭐라고 애송이 취급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얼마나 자갈길을 걸어왔는데. 고생 부심이 차올랐다
난 중3 때부터 찌라시를 시작으로 롯데리아, 옷가게, 빵집, 미용실, 극장, 피시방, 편의점, 대학 사무실, 관공서일, 호텔 서빙, 면세점, 레스토랑, 일본에서는 미용실, 호텔 청소, 지하철역 청소, 맥도널드, 이자카야, 감자탕집, 삼겹살집, 민박집 청소 등등 동시에 두세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내 삶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시작은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는 집에 있기 싫어서 시작했다. 내가 일할 곳은 넘쳐났다. 열정 페이를 받으며 부당한 일들과 아르바이트생들끼리의 텃세, 매일 만나는 불특정 다수들의 예기치 못한 무례 등등 눈물을 머금고 참아내는 일들이 가득했다.
그때 난 “이 힘듦이 나를 강하게 만들 거야” 하는 말로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사실 험했던 세상은 내게 집보다 안전한 곳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지혜롭고 성숙하고 강해야 하는 나이, 38세
그리고 오늘, 지금. 너무나 억울하게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연약하다. 어려서 용서되는 것들이 많았던 20대와 다르다. 까르르 웃으면 넘어가는 그런 나이가 아니다. 실수해도 귀여운 나이가 아니다. 허둥지둥 실수를 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누군가의 지적에 대답을 똑바로 해야 하는 38세인 나는 취약해진다. 20대의 견뎌낸 시간들이 나를 강하게 했을까. 큰 바위를 넘었던 나는, 지금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내 인생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오늘, 가장 강하고 성숙해야 할 오늘,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자주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