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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Sep 28. 2021

첫 출근 이야기

괜찮아, 처음에는 다 그래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식도 끝나기 , 나는 미용 자격증을 따고 평촌 미용실로 취직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7명이나 있는  이름 있고  곳이었다.  막내는 귀엽고 모든지 용서되는 자리이지만,  해에 19 막내 3명이 동시에 들어왔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경쟁 모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니들은 거칠었고 기가 세고,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텃세가 심한 곳이었다. 검은색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세련된 언니들은 우리 3명에게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으로 염색을 하라고 했다. 손님들에게 염색을 권하려면 스텝 중에 염색을 해야 하는데  역할은 우리 막내들 차지였다. 가위바위보에 이겨서 그나마  충격적인 노란색 머리를 선택했다. 속눈썹  개를 합쳐 눈에 붙이고 파란색 진한  화장을 하고 노란색의 단발머리는 철사로 불리었던 스프레이로 고정을 시켜 뽕을 있는 대로 넣어서 사자처럼 부풀어지게 만들었다. 점점 익숙해지니 너무나 평범해 보였던 나는 바지에 철사까지 달고 또각또각 힐을 신고 다니며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기를 썼다.

약때문에 시커멓게 변한 손


미용을 시작하면서 독한 약들을 손에 묻히니 손은 엉망이 되었고 염색약에 물들어 손톱은 까만색이었다.


유독 손이 지저분하고 아픈 날이었다. 손마디를 구부리면 바로 찢어져서 피가 새어 나왔다.  또래의 여자 손님이 자리에 앉는다. 거울 속으로 앳된 여자애를 바라본다 몇십만  하는 세팅을 하는 시간 동안  명의 스텝이 붙여 여자애의 한쪽 손을 마사지하고 다른 한쪽 손에는 매니큐어를 발라준다.  또한 간식, 차를 챙겨주며 불편한 것이 없나 자주 확인한다.  여자애는 거울 속으로 나보고 멋있는 직업을 가졌다고 부럽다고 말해주었다. 유독 피곤하고 힘든 날이었는데 설렘에 살짝 웃는다. 그렇지 디자이너가  나는  멋있겠지,


멋진 나를 상상해 본다. 기분 좋게 디자이너 선생님의 뒤에서 서브를 하는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보니 내가 선생님의 가위 주머니를 거꾸로 들어 가위들이 팅팅 소리를 내며 대리석 바닥에 떨어진다. 디자이너에게 가위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손의 습관으로 길을 들여서 비싼 가위보다  소중한 무기이다.  침착하고 다정했던 선생님은 발개진 얼굴로 손님 앞에서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비명에 가깝다. 창피함과 수치감보다 죄송함에 치를 떠는 나에게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한다.


거울 속에 여자애의 동그랗게 된 눈과 마주친다.


나는 달리다가  순간 아차, 화장실을 지나쳐버려 휴게실로 달려간다. 벌벌벌 떨리고 두려움에 눈물이 쏟아진다. 나의 마음보다 선생님의 가위가 걱정된다. 그때, 다른 디자이너 선생님이 휴게실을 들어온다. 나는 구석에서 눈물을 닦는다. "그럴  있어.  때는  심했어"라는 말을 기다린다. 하지만 선생님은 피곤한 얼굴로 크게 한숨을 쉬며 다른 사람 불편하게 ....그럴  화장실에 가지. 말보다  차가운 표정에  아까보다 더한 수치감이 몰려오지만 이제 와서 미용실을 가로질러야만 가는 화장실로   없다. 울음을 들이킨다.


 하루를 버텨냈다. 괜찮은 얼굴로, 혹은 손님을 웃으며 맞이했다. 이까짓것. 사실 별거 아니잖아. 언니들과 마감을 하고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고 괜찮은 얼굴로 전철을 탄다. 집까지 천천히 걷는다. 사람들과 섞여 걸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침대에서 티브이를 보며 오늘은 일찍 왔네 하며 인사해준다.  괜찮은 얼굴로 엄마한테 가서 눕는다. 그리고 엄마품에 안겨서 운다. 서럽게 운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진 듯이 운다. 엄마는 나를 토닥이며 말한다. 사회생활이 힘들지. 괜찮아 처음에는  그런 거야. 나의 망가진 손을 계속 만져주며 엄마가  안아준다.


나는 오래도록 운다. 너무 두렵고 부끄럽고 힘든 하루였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 동그랗게 뜨던 여자애의 표정이 연민이었을까 봐 더 속상해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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