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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Nov 20. 2024

책 벌레가 될것인가? 사고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책의 올바른 사용법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 독서시간이 최하위에 속하며 성인 10명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읽는다는 통계가 있지만 매년 새해가 시작되거나 혹은 버킷리스트에 책읽기가 목표인 사람은 주위에서 한 두명 쯤은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울때 그 구체화는 보통 책 권수로 따진다. 올해 책 100권 읽기, 200권 독파, 5년안에 500권 읽기 등등 으로 말이다. 책읽는 것을 목표로 할 때 권 수로 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는 데 있어서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은 권 수,즉 양 밖에는 없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성공하고 자기발전도 이룬다니 우선 무조건 많이 읽고 보자는 것일까?


 나는 2년 전 부터 독서모임에 가입해서 책을 읽고 있다. 하다가 두 번 정도 중간에 그만 둔 적이 있고 지금은 다시 가입하여 올해 8월부터 다시 책을 읽고 있다. 독서모임마다 성격과 스타일, 운영방식이 제각기 다르지만 보통은 정해진 기간동안 정해진 책을 읽고 정해진 날에 온, 오프라인으로 만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게 대부분의 독서모임이라면, 내가 가입한 독서모임은 여러모로 여타의 다른 독서모임들과는 다르다. 가장 큰 다른 점은 우선 모두 같은 책을 한 번에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의 상황과 때에 맞게 추천해주시는 책을 각자가 읽는다.) 그리고 읽는 책 또한 자기계발서나 혹은 베스트 셀러 위주의 책을 읽는 독서모임들과는 달리 인문, 고전, 철학 등 꼭 필요한 양서들을 먼저 읽는데 (그러면서 때에 따라 자기계발서나 부에 관련된 책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알 수있는 책들을 곁들인다.) 이런 심오한 책들을 읽어내기 까지는 기본 한 달 이상, 길게는 3~4달까지 소요된다. 그리고 한 달에 몇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나는 것이 아닌 주말을 제외한 주 5일을 매일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씩 줌으로 만난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예로 들자면 8월에 추천받아 읽기 시작하여 이제 막 읽기가 끝났으니 책 한 권에 3개월이 걸린 셈이다. 읽는 것은 주말도 제외하지 않고 읽었으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양을 기준 혹은 목표로 삼아 읽는 것과 한 책을 오랜 시간 읽어내며 사고와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 미국의 초월주의 작가인 에머슨은 이 책읽기에 관해 분명 올바른 책 읽기 방식이 있으며, 그 방식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 자신의 마음으로 앞을 보지 않고 다른 사람 마음속에서 나온 진리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면 비록 그 진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빛 속에 있더라도 혼자만의 시간과 성찰과 자기 극복 과정이 없다면 크나큰 폐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는 아무리 진리로 가득찬 책을 읽는다하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성찰하고 통찰하지 못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이 이끄는 대로 휘둘려서 자신의 궤도에서 벗어나 떠돌아다닐 바에는 차라리 책을 읽지 않는 게 더 낫다고 말하며, 요즘 무엇이나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이 도서관에서 자라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 곁에 사고하는 인간은 없고 오직 책벌레만 있다고 비판한다.




 나는 두 가지가 모두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처음 읽는 단계에서는 양적으로 어느정도의 책을 꾸준히 쭉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어느정도 책을 읽어 학식과 지혜가 쌓인 상태에서는 깊이있는 책을 깊이있게 읽어내야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서모임을 하며 예전과 책을 읽는 방식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을 한 권을 읽더라도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머리로 '그래~, 아 훌륭하네, 와 멋지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한 것을 내 삶에 적용해보고, 성찰과 통찰을 통해 책 속에서 얻은 귀한 진주같은 진리를 나의 삶 속에도 비추어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고전 책 하나만 읽어도 나는 예전의 나와 완전히 다른 나로 바뀔 수 있게 되고, 실제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깊이 있게 책을 읽어내 스스로 성찰하고, 깨달은 진리 혹은 그 깨달음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 그런 삶을 살아 내는 쪽으로 말이다. 책의 내용, 책을 통해 깨달은 원리들을 내 삶에 적용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책을 읽는 의미가 있을까? 혹은 반대로 책이 이끄는 대로 휘둘려 나의 궤도에서 벗어나 내가 없이 떠돌아다닌다면 그 또한 책을 읽는 의미가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올바 책 읽기 방식은 이렇다. 첫째, 나와 책의 본질을 연결시켜야 한다. 둘째, 책을 읽은 후 사고하고 혼자만의 성찰 시간을 갖으며 내가 깨달은 진리와 지혜를 내 삶에 적용시켜야 한다. 셋째, 책을 읽은 후에는 행동을 통해 '열매'를 맺어야 한다. 책을 100권, 1000권 읽고 나서도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책읽기, 불완전한 책읽기임에 틀림없다. 그 아웃풋은 우리가 생각하는 결실이 아니더라도 나의 얼굴, 나의 말투, 나의 생각, 행동에서 묻어져 나오게 되어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고 나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은 남을 (특히 책을 읽지 않은 ) 비판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내가 얻은 깨달음과 교훈으로 내가 먼저 달라지고 그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다른 사람들 또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도움이 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책읽기와 그에 맞는 쓰임일 것이다.



 책읽는 주체인 나는 없이, 어떠한 목적과 결과, 비판과 사고의 과정없이 책 읽는 행위만을 반복하는 책벌레가 될 것인가, 적은 양을 읽더라도 양서를 통해 나와 책을 접목하여 사고로써 통찰하고 원리를 이해하여 내가 변화하고 그로 인해 남들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만들어 낼 것인가? 그대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책을 읽고자 한다면 꼭 한 번 생각해봐야할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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