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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Nov 17. 2024

인생은 '계주'다

미국의 초월주의 작가이자 철학가인 랄프 월도 에머슨의 에세이에서 그는 인간이 시간 측면에서, 그리고 정신에 미치는 영향의 주요 측면에서 무엇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점은 자연이며, 학자는 자연의 가치를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한다. 또한 자연과 영혼 가운데 하나가 도장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 도장이 찍힌 무늬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은 곧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자연의 법칙들은 인간 정신의 법칙들과 같으며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은 "자연을 공부하라!"는 의미와 같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그는 인간은 대자연속에서의 원리를 깨우치며 그 속에서 또한 나의 정신이 있음을, 그것은 곧 하나임을 이 전체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나하나 건사하며 사는 것도 힘들어하며 나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큰 전체의 자연속의 작은 존재일뿐이다. 부분으로서 전체를 보고 전체로서의 나도 봐야한다. 그림을 그릴때 이젤 앞에서만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나면 다 그리고 난 후 뒤에 전체적인 구도나 각도면에서 비뚤어있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완전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림 가까이에서 그리고 멀리서 나의 그림과 그림을 그리는 대상을 반복해서 살피고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듯, 내가 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관점도 그러하다. 내가 닥친 것을 내 시선에서만 바라보며 급급하게 지나가면 내가 우주의 한 부분으로서 제대로 된 임무를 다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큰 그림으로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자연과 그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순환의 원리, 계속성, 영속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자연은 돌고 도는 것을 반복하며 순환한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지며, 밤이 찾아오고 별이 뜬다. 언제나 바람이 불고, 풀은 쉼 없이 자라난다. 하나님이 만드신 그물망과 같은 세계라는 이해할 수 없는 연속성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늘 스스로 돌고 도는 순환의 힘만 존재할 뿐이다. 돌고 도는 순환의 힘 안에서 신비로운 생명의 원리가 존재하고, 유기체를 만들어 낸다. 그 힘에서 창조가 나온다.

나무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자. 씨앗이 토양에 심어져 해를 받고 물을 받고 바람을 받으며 자라 묘목이 되고 묘목은 더 커져서 작은 나무에서 큰 나무로 변모한다. 나무는 아래로는 뿌리를 점점 더 크고 단단하게 내리며 땅으로부터 자양분을 흡수하여 가지들에서 꽃과 잎을 피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꽃이 지고나면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는 나무의 창조물이다. 나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에 나서 무럭무럭 자라면서 가장 기초가 되는 뿌리를 단단하고 키우고 위로 무럭무럭 자라 창조물인 열매를 맺어야한다. 불씨와 연기가 있을지라도 아직 불꽃이 타오르지 않았으면 맺어진 것이 아니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이다. 그리고 열매를 맺었다면 열매안에는 다음세대로 또 이어질 씨가 들어있다. 그 씨는 다시 땅으로 들어가 이와 같은 순환을 반복해나갈 것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인생은 나의 인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우주가 생성의 고통을 겪어 내가 나왔으며 나는 나의 인생을 오롯이 살아낸 후에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어 계승해나가야 하는 의무를 지녔다.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계주'인 것이다. 내가 뛰는 것만 본다면 단거리 경주일 수도 있고 좁은 시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저 단거리 경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큰 시야에서, 전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나 다음에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계주를 우리 모두가 뛰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전체를 위해서 나의 구간을 잘 뛰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나의 구간을 뛰지 못하고 힘이 들어 쓰러져 중도에 포기한다면 그것은 나의 인생만 끝나는 것이 아닌 내 뒤에 나의 바통을 기다리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기회와 그들의 인생마저 내 선에서 끝내는 것임을 알아야한다. 이런 전체의 큰 시선으로 전 우주를 아우르는 시선으로 바라봐야지만 나의 온전한 임무를 알게 되고 그것을 이루어야만 하는 더 큰 사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저 나를 우주와 연결되지 않은 개별된 개체로만 바라보기에 내 인생이니 내 마음대로 내 멋대로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나로 인해 연결된 수많은 생명체와 전체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내 인생이라 하더라도 내 마음대로 쉽게 그리고 대충 살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모두와 연결된 존재이며 자연과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귀한 존재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자신을 꼭 필요한 매개자로 인식해야 하며 내가 이 세상에 와 해야할 나의 임무를 알고 그것을 행하는데 조금도 미룸이 없이 멈춤도 없이 쉬지 않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의 모든 미물과 생물들, 동, 식물들이 하루하루 행하는 일들이다. 개미가 잠을 자지 않고 개미집을 짓고 먹이를 실어나르는 일, 거미가 거미집을 쉬지 않고 짜내는 일, 물이 고여있지 않고 쉼 없이 흐르는 일, 농부가 동트기 전 새벽부터 해질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밭에 나가 밭을 경작하는 일, 그와 더불어 나의 의무는 무엇인지, 나의 나무는 어떤 나무인지를 살피고 그런 다음에는 다른 것과 비교할 것 없이 나의 뿌리를 넓히고 단단한 씨앗을 품은 나의 열매를 맺어 그것이 다음세대까지 계승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것이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할 일이며, 온 우주와 모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며 내가 해야하는 유일한 일이다. 그러니 오늘도 쉼없이 나의 구간을 잘 뛰어내도록 하자. 나 이전에 나의 차례까지 온힘을 다해 뛰어준 사람들과 나의 뒤에서 내가 잘 뛰어내기를 바라며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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