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는 'bare foot (맨발) 문화'가 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밖에 다니다 보면 잔디밭이나 공원에서 심지어는 마트나 상점에서도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비가 와도 쏟아붓는 폭우가 아니면 웬만하면 우산을 쓰고 다니지 않는다. 웬만한 비는 그저 맞는 것이려니 하며 우산을 쓰지 않고 이 정도면 꽤나 많이 내리는데 하는 정도의 비에도 급하게 뛰거나 하지 않고 그저 비는 맞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듯 맞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처음 왔을 때는 이러한 모습들이 놀랍고 이상해 보였지만 자연친화적 삶을 사는 그들을 알고 나니 이런 모습들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환경오염이 적고 자연이 깨끗하게 보존된 나라이기에 그렇게 사람들이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이 지금처럼 오염이 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곳이라는 것이 참 축복받은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들은 학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억수로 퍼붓는 비가 아니면 아이들은 날이 좋은 때에든, 비가 오는 때에든 모닝티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교실 밖으로 나와 축구장만 한 잔디밭에서 맨발로 뛰어논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럭비를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모래놀이를 하거나 친구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며 드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시간을 보낸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노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는 반드시 신발을 신어야만 한다는 어떠한 고정관념이 없이 그저 편하게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던지고 비가 와도 개의치 않고 자연과 하나 되어 땅과 하나 되어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나도 그들과 동화되는 것 같아 무언가 모를 해방감 같은 것이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바다, 공원, 학교 잔디밭 그 어느 곳 할 것 없이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살고 그러면서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신체의 면역력이 저절로 커져 감기에 걸려도 웬만큼 아파서는 약을 먹지 않고도 스스로 이겨내며 자라나는 심신이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뉴질랜드로 유학 보내거나 아이들 교육을 위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 없고, 시험도 없고 경쟁도 심하지 않은 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수준에 맞게 이루어지는 교육 이라는 점, 아이들의 창의성과 열린 사고와 시도를 존중해 주고 격려시켜 주는 점 등 교육의 시스템적으로도 충분히 아이들 교육을 위해 메리트가 뛰어난 곳이지만 직접 학교라는 현장에 와서 지내보니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교실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그것만이 아니었다. 교실밖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적인 부분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자연과 함께 맘껏 뛰놀 수 있고 뉴질랜드 어느 곳에서 지내든 가까운 거리에 자연을 접할 큰 공원과 나무들이 있으며 만약 오클랜드에 산다면 어디든 차로 20분 거리면 모래와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길거리나 마트 상점에서도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발을 신고 싶지 않으면 양말과 신발 다 벗어던지고 맨발로 다녀도 그 누구하나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이없고 날이 좋으면 잔디밭이든 어디에든 누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연과 함께하는 나라라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부분이 교육 그 자체보다 아이들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ESOL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한번은 내게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리즈, 아이 있어?
아니 없어. (그때는 아직 없었기에..)
나중에 아이 생겨서 태어나면 우리 학교에 데리고 와. 와서 우리랑 같이 다니면 좋겠어.
아이들의 이쁜 마음에 "그래, 나중에 아이 생기면 데리고 올게." 라고 이야기 했지만 '내 아이가 커서 학교에 올 정도가 되면 너네들은 이미 이 학교를 졸업하고 없을 거야.'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은 나의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이미 그리고 있었다.
이 드넓은 잔디밭에서 나의 아이가 맨발로 뛰노는 모습을.. 쉬는 시간이면 교실 밖으로 나와 놀이터며 운동장이며 나무 위며 돌아다니며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