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각하는 동화 : 열일곱 번째 이야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부터 ‘쓰임’으로 서로를 평가하기 시작했을까.
귀한 자리에 쓰이면 위대한 사람이고,
초라한 곳에 쓰이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여기는 세상에서
책상 위 작은 존재들이 들려주는 세 편의 동화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귀한 쓰임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이야기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당신은 지금, 닳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펼쳐지지 못한 길이를 숨기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나
짧아지는 연필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길이를 모르는 줄자가 되기도 하며,
서랍 속에서 잊힌 바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책상 위 작은 존재들은 이렇게 말한다.
쓰임은 모양을 잃게 하지만, 의미는 남긴다.
비교는 우리를 웅크리게 하지만, 펼쳐질 순간은 반드시 온다.
느리게 잊혀졌던 것조차 때가 되면 다시 쓰임을 찾는다.
삶은 닳아가는 것, 펼쳐지는 것, 다시 꿰매지는 것들이
조용히 오가는 하나의 책상 같다.
잠시 말려 있어도 괜찮고,
잠시 서랍 속에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언젠가 나를 펼쳐
세상에 한 줄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오늘도 당신의 책상 어딘가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태어나고 있을 것이다.
책상 위에는 매일 아침 서로 다른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두 종류의 연필이 재잘거린다.
하나는 주인이 늘 글을 쓰며 닳아가는 작아지는 연필, 다른 하나는 서랍 속에 고이 보관된 빛나는 연필이다.
작아지는 연필은 매일 아침 책상 위에서 주인의 손을 따라 종이에 글자를 쓴다. 검은 연필심이 닳으면 주인은 연필깎이에 연필을 넣고 마구 돌려댄다.
“아야, 또 깎였어! 이렇게 닳아 없어지면 나중엔 아무것도 못 하고 버려지겠지?”
반면 빛나는 연필은 서랍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20년 전 바다 건너온 나는 언제나 깨끗하고 반짝이지! 닳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알록달록한 연필 몸을 세우며 빛이 들어오는 서랍틈을 바라본다. "그런데 서랍 밖 세상은 너무나 궁금하긴 해. 아마 밖은 거친 곳일 거야. 저 작아지는 연필은 계속 깎이기만 하잖아.”
어느 날, 주인이 새 글을 쓴다고 작아지는 연필을 손에 들고 말했다.
“오늘 좋은 글감이 떠올라야 할 텐데, 이 연필을 들면 이상하게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 진단말이야. 이 연필에 연필깍지를 씌워야 하겠군.”
그 소리를 들은 빛나는 연필은 서랍 안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뭐야? 내겐 이야기가 없네… 주인은 나처럼 예쁜 연필을 왜 안 꺼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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