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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Dec 16. 2023

할아버지 손님 감사합니다!

진상손님만 있는 건 아니네요.


백화점에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 할 것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하루에 한사람의 손님도 보지 못할만큼 장사가 안되는 날도 있다.

그날도 그랬다. 그래서 매장 이곳저곳 청소를 하고, 진열도 다시해보고, 새로운 물건은 뭐가 들어왔나?살펴보기도 하고 그렇게 매장을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는 날이었다.

저녁시간이 조금 지났을무렵이었을까? 할아버지손님 두분이 들어오셨다.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메고 계셨고 아마 그 시간에 막 일을 끝내고 오신듯 했다. 나는 청바지와 기타등등을 파는 곳에 있었는데, 노년의 손님은 "혹시 여기 나한테 어울릴만한 청바지도 팝니까?"라고 물어보셨다.

여기서 한번 나는 놀랬다. 대부분의 나이드신 손님은 반말모드가 패치되어 있는 것인지

 "이거 얼만데?"

"비싸네" 뭐..이런 등등의 반말 기본이었는데 이 분은 참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선에서

"아!네~당연히 있지요.기본핏으로 나온 바디핏이 있는데 이런 스타일은 어르신이 입으셔도 괜찮으실 것 같구요, 컬러는 진한색, 연한색 이렇게 나와있습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한참을 여러가지 둘러보시더니,

"근데..."

"네?"

"여기는 청바지가 비싼 메이커지요?"

"아..네 가격은 이십만원대 부터 시작하는 바지가 많습니다"

"아..그렇지요?내 칠십평생 좋고 비싼 청바지를 한번도 못입어봐서 이번에 월급 받으면 내가 하나 살려고 와봤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셔서 제가 월급받으면 꼭 여기 와서 내가 청바지를 사고 싶네요. 너무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셔서..다음주가 월급날인데 그 때 꼭 오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청바지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오기도 하지만, 가끔 나이드신분들도 그 브랜드의 청바지만 입는다고 하면서 오시기도 한다.

아마..여러 가게를 가 봤는데 나이드신 분들이라. 응대를 그냥저냥 받고 나오신건..아닐까?그래서 나의 하찮은 여러가지 설명들에 고마움을 느끼신건..아니실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한편으론 나는 내가 그리 친절했다..?라고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너무 고마워하시니 오히려  내가 그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진심을 다하면 되는 것을 그동안은 그냥 일이라고만 생각해서인지..무미건조하게 사람을 대했다..라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 주신 분이었다.


다음주 주말에 오시겠다고 했지만, 정말 오셨는지 안오셨는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그 일을 하면서 수모도 많이 겪었는데, 감사함을 표현하신분은 그분이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그 하루가 따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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