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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Feb 05. 2024

나 너거 사장이랑 사우나도 하고 마!

vip시군요.

출근해서 매장 청소를 마치고 숨 돌리자마자 젊은 청년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바지를 만지고 있었다.

다가가서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니

"이거 가격이?"

"네~~○○만원입니다"

"세일 안 해줘요?"

"네. 정상제품이라 세일이 없습니다"

했더니 젊은 청년이 엄마를 찾는다.

엄마! 엄마를 큰소리로 두어 번 부르니 멀리서 내 나이 또래의 여자가 다가왔다.

아들이 엄마에게 "아니~참나~여기 세일 안 해준다는데?"

하면서 말하는 모양새가 매우 어이없다는 듯한 제스처로 눈을 치켜뜨며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알듯 말듯한 옅은 비웃음이 얼굴로 드리워졌다.

사실. 그 순간에 이미 내 마음이 상한 상태였는데, 따라온 엄마라는 여자는 본인이 여기 단골이고 매니저랑 잘 알아서 항상 할인가격에 사 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네. 그래서요?'


당연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단골손님들의 얼굴을 알리 만무하다. 매장에도 그런 사정이 있는데 자신들의 존재를 모른다는 이유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어서 나는 바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는 둘이 통화하고 끝내는 게 빠를 듯해서 나는 단골손님이 왔는데 통화를 원한다는 말만 전하고 빠르게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오늘은 매니저 휴무일이니 주말에 다시 나온다고 하면서 룰루랄라 매장을 떠났다.


단골손님 관리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사전에 인계받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처는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뿐이었다.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너희 사장 남천동 살제?" 하면서 나오는 그 대사.

네.. 잘 알아 모시지 못해 너무 죄송하네요.



다시 한번 말하는데 손님은 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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