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율 Mar 26. 2024

목련


'어째 지금 피기엔 날씨가 너무 차네'

 나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 산다.

신혼땐 이 집을 6분의1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했는데 멍청한 남편에게 대출받자고 하니

"니가 갚을거야?"라고 해서 그만뒀다.

매번 이런식이었다.

내집마련의 꿈은 외벌이로 자기만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남의집만을 고집하는 남편때문에 나는 포기했다.

일하러 나가야할 타이밍에 아이가 학교는 가야 엄마가 일하러 갈수 있는거 아니냐고 해놓고 이제와서

외벌이로 일터에서 내가 무슨일을 하는지 아느냐?며 고래고래 소리친다.


난 분명 일하러 나간다고 얘기 했다.

혼자만의 일방통행으로 길을 가로 막아놓고 사람을 병신만든다.


웃긴건 암환자가 되니 "넌 집에서 뭐하냐?"고..

서로 책임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니 "넌 돈안벌오냐?"고 한다.


눈물이 나오려하는걸 참았다.

한심한 인간을 걸러내지 못한 내 눈에 필터라도 꽂아두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지났고 아이들은 커가고

물론.내가 없어도 될 것 같긴하다.

남편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니듯.

내게도 그렇다.


한겨울 찬바람속에 하얀 꽃을 피운 목련을 보고 있노라니

나처럼 어지간히도 눈치가 없구나 싶다.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에 속아 제 모습을 모두 보여주다니..

어리석은 것.


작가의 이전글 아직은 아침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