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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Dec 23. 2021

나의 엄마

에세이 : 다음날 해가 밝아오면 당신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잘 살길 바랄게




 엄마에게 보냈던 나의 당부를 끝으로 영원한 이별을 구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이별을 보내곤 온통 정적만이 가득 담을 문자 메시지를 종종 찾아봤다. 이제는 울지 않을 정도로 무뎌졌고, 동정이나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을 빌었던 기억도 망각으로 덮어졌지만 메시지함을 지워내지 못했다.


 잘 살라는 마지막 당부가 거짓이라서 그럴까. 위로보단 탓을 하고 싶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떠오르는 죽음에 대한 상상, 갈망, 잃어버린 사랑의 부재, 평화에 대한 불안감, 이루어지지 못한 소망을 울음으로 해소하는 방법조차 당신이 다 버리고 무책임하게 ‘안녕’이라며 말하고 떠나버렸으니까 말이야.


 마지막으로 우리의 곁을 내팽개치고 떠날 때의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개운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남겨진 우리는 해가 거듭해도 썩어버린 마음에서 악취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는데 말이다. 악취에 무뎌진 삶에서 종종 환기된 삶을 마주해도 속에서 곪아버린 악취는 떨쳐버리기 힘들다며 고함쳐서 나의 악취를 당신에게 던져버리고 싶었다.



 어떻게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건 다 당신 때문이다.

 기대를 두려움으로 깊이 새겨주고는 당신은 왜 나한테 기대감을 품을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나에게 그립다며 미안함을 고할 수 있을까? 당신의 반성에는 애처로움이 없었고 갸륵한 동성심은 자신만 향하고 있었잖아.


 어떻게 나한테 다시 연락할 수 있을까? 그것도 우리를 버리고 간 삶에 힘든 순간에만 말이야.


 평생 나의 생일에 기뻐한 적이 없었잖아. 왜 4년이 지나고 나서야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뱉을 수 있었냐는 말이다. 나는 당신 때문에 내 평생의 생일이 아픔으로 가득 차고도 넘쳐버려서 생일이 다가오는 날이면 온몸을 벌벌 떠는 정도가 되어 버렸는데 말이다.


 정말 너무했다. 내가 울며 일어나는 꿈엔 상상으로 가득 그려진 당신이 서있었고, 그렇게 따듯한 포옹은 상상으로만 느껴야 했으니까.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야’라는 말을 꿈에서만 듣게 만들었으니까. 당신을 끝까지 너무했다.


 날이 좋은 날에 내가 떠오른다며 사랑의 고백을 하지 않았지.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그립다며 연락하는 당신이 나는 너무 애틋했지만, 다음날 해가 밝아오면 당신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버려지고 나서도 또다시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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