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엄마의 몸에서 28일에 한 번씩 양측 난소에서 번갈아가며 한 개씩 내보내는 난자와 수십억 개 중 가장 활동성이 있는 정자 한 개가 만나 수정이 이뤄진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은 수정 후 약 2주의 기간 동안 급격한 세포분열을 한다. 쉽게 얘기해서 1개가 2개, 4개, 8개로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분열과 함께 자궁 내막에 착상을 통해 자리를 잡는다. 착상된 수정란은 임신 8주까지 신체기관과 신경계를 연결하는 태아에게 필요한 장기의 형태를 만든다. 보통 임신 초기에 흡연이나 음주에 대한 노출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태아의 신체기관을 형성하는 임신 초기에 외부의 요인에 의해 기형이 발생하거나 유산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체가 착상해서 신체기관을 발달시키며 분화가 이뤄지면 이후는 출생 전까지 몸집을 키우며 신체기관이 발달한다. 그렇게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3달 전 임신을 확인하고 12주 정도가 되었다. 수정 후 28주까지는 1개월에 1회, 이후에는 2주에 1회, 38주 이후에는 1주일에 1회의 산전검사를 한다고 하는데, 지난 산전 검사 후 3번째 산전 검사이다. 이번 산전검사에서 정밀초음파 검사와 모체 혈청 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고 조금 더 자세하게는 양수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복부에 큰 주사기를 통해 양수가 채취되었고 유전자 검사가 진행되었다.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불안감이 엄습했다. 선천성 기형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전달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울고 남편과 오랜 상의 끝에 인공유산을 결정했다.
그 고난의 경중에 대해서는 겪은 자만이 얘기할 수 있다.
사례의 산모의 선택에 대해 누군가는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어떻게 생명을 죽이는 선택을 할 수 있냐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많은 선천적 기형, 출산 후 후유증을 갖는 신생아와 그의 가족을 본 나로서는 이러한 선택이 옳다, 그르다 얘기하기 어렵다. 정상과 다르다는 것은 아동과 아동의 가족에게 새로운 고난이고 그 고난의 경중에 대해서는 겪은 자만이 얘기할 수 있다. 물론, 장애가 있는 아동과 그 가족이 무조건적으로 힘든 삶을 산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와 다른 핸디캡을 극복하는 경우도 그리고 그 핸디캡과 함께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임신을 정말 원했지만 어떠한 노력에도 되지 않는, 인공수정의 도움을 받은 산모라면 알겠지만 임신은 정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수정과 착상이라는 기적을 통해 갖게 되는 태아가 건강하지 못하게 출생하여 같이 이겨나가는 삶도, 또 인공유산을 통해 마음속에 묻고 살아가는 것도 부모의 선택이며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이다. 어떤 이는 수정 초기에는 괜찮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 또한 그의 가치관으로 나는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임신이라는 과정은 수정이라는 시작부터 출산이라는 마지막까지 생각하지 못한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이 모든 것을 산모 혼자 견디기란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