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하고 있는 아기에게서 큰일이 났다는 알람이 울린다. 급하게 뛰어가서 보면 아기의 가슴은 움직이지 않고 모니터에서 아기의 호흡수는 0이다. 호흡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지나면 산소포화도(호흡을 평가하는 지표로 95~100을 정상으로 한다)가 점차적으로 떨어지고 아기의 얼굴색이 파랗게 변한다. 무호흡증이다. 미숙아들은 조금 일찍 태어났기 때문에 뇌의 기능적, 구조적인 부분도 미숙할 수 있고 그 뇌와 연결되는 많은 신경들도 미숙할 수 있다. 그래서 미숙아들은 중간중간에 자기가 숨 쉬는 것을 까먹기도 한다.
무호흡증이라는 증상 자체를 두고 생각하면 호흡을 안 쉬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그러나 미숙아라는(세상에 일찍 태어났다는 것) 이 증상이 있을 수 있는 한 가지 원인이기 때문에 미숙아들은 무호흡증이 있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만삭아인 경우에는 충분히 성장하고 나왔음에도 스스로 숨을 안 쉰다면 호흡을 담당하는 뇌나 그 신호를 연결하는 신경, 감염 등 다양한 원인을 고려하고 검사를 진행한다. 다시 미숙아의 경우로 돌아가서 미숙아이기 때문에 무호흡증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감염이나 뇌내 출혈 등 다른 심각한 원인으로도 무호흡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숙아니깐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보다는 다른 이상한 원인은 아닌지 먼저 생각하고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없는 경우 미숙아여서 그런가 보구나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이 숨을 안 쉬면 죽는 것처럼 무호흡증이 지속되고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오래되면 아기는 위험해진다. 기도삽관을 한 경우에는 아기가 스스로 숨을 쉬지 않아도 인공호흡기가 대신 효과적으로 폐에 산소를 넣어주지만 기도삽관을 제거하면 비침습적인 인공호흡기(양압환기)를 하는 경우에는 아기가 스스로 호흡을 하지 않거나 기도가 가래로 막혀있으면 폐에 산소가 가지 않게 된다.
무호흡증의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감염이나 신경학적 문제, 뇌출혈 등의 원인이 있는 무호흡증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줘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미숙아이기에 생기는 무호흡증은 증상에 따라 치료한다. 무호흡증이 발생할 때마다 아기가 숨을 못 쉬고(산소포화도와 심장박동수의 감소, 청색증) 힘들어하는 경우에는 산소치료나 기도삽관을 통한 인공호흡기를 할 수 있고 카페인 약물을 주사 또는 구강으로 투여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심각한 호흡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면 아기가 클 때까지 지켜봐 주거나 자극을 줘서 미리 깨우기도 한다.
내가 담당했던 아기 중에 25주에 태어나서 생후 1주일부터 하루에 많게는 10번 적게는 3번씩 무호흡증이 있었던 아기가 있다. 처음에는 지속되는 무호흡증으로 기도삽관을 다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국에는담당 교수님은 호흡곤란의 증상이 없는 무호흡증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호흡하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기도삽관을 제거하고 양압환기의 상태로 꾸준한 무호흡증을 보였지만, 다행히도 청색증이나 다른 호흡 증상을 동반하지 않았고 혈액검사 수치도 좋았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숨을 짧게 2~3초 멈추고 스스로 숨을 쉬면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하루에 적게는 3~5회 있던 아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언제 무호흡이 있었냐는 듯이 호흡을 잘했고 결국 비 침습적인 인공호흡기도 제거하고 퇴원을 준비했다.
미숙아의 부모들은 아기의 무호흡증에 대해 정말 많이 듣게 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무호흡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조금 일찍 만난 아이들이 치열하게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숨 쉬는 게 어찌나 힘든 일인지 미숙아들은 숨만 잘 쉬어도 칭찬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