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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정 Hyunjung Choi Jul 17. 2024

"주님이 내려가라 한다면...???"

혁신하지 않는 정치가 가져온 비극

토론 다음 날 풍경은 묘했다. 월등한 전력을 자신하던 축구 한일전에서 무참한 플레이를 펼치다 0:3으로 진 다음날 같다고나 할까. 아무도 전날 벌어진 경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분명히 봤을 법한 이도 무심한 척 말한다. "못했다며?" 라면서...


"나는 삼성이 여기 미국 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사람들이 펩이라고 부르는.. 거긴 칩을 만드는 곳인데... 그 펩에 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했습니다. 거긴 대학학위도 필요 없어요. 벌써 수십억 달러, 약 400억 달러가 투자돼서 지금 미국에 건설되고 있는데요... 전 세계 미국인을 위해 상당한 양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말이죠...."


6월 27일 목요일 저녁, 현 미국 대통령과 직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미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벌인 생방송 토론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어떻게 미국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삼성'을 거론하며 설명했다. 그나마 그가 한 여러 발언 중 미국의 이익을 얘기한 나은 편에 속한 대답. 미국 최고령 대통령의 목소리는 어눌했고 논점은 선명하지 않았으며 내용은 산만하지 그지없었다. 심각하게 드러난 그의 '고령' 약점은 전국에 생방송됐다. 그동안 지적됐던 무수한 '실수들'이 상대진영의 마타도어가 아니었다는 것을 유권자가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진정 트럼프가 원하는 것? 


90분간의 토론 후 패닉에 빠진 유권자들과는 달리, 가장 먼저 정신을 수습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 친 민주당 인사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잔류 고집은 자기기만을 넘어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 

뉴요커 편집장, 데이비드 렘릭.


"이건 고통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당신이 2024년 국가를 위해 봉사할 한 가지 방법은, 은퇴를 발표하고 다른 대표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을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그가 CEO로 그런 결과를 냈다면 미국 어떤 기업에 CEO직이 유지될까? 난 두렵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도널드 트럼트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 같아서."

MSNBC 모닝조 진행자, 조 스카보로


무엇보다 퓰리처상 3회 수상에, 미국에서 가장 파워풀한 칼럼니스트인 Thomas Friedman은 그가 기고하는 뉴욕타임스에 벌써 두 번이나 비장한 칼럼을 썼다. 토론 직후, 올해 일흔의 산전수전 다 겪은 노 정객은 두 사람의 토론을 지켜보고 울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일생 중 가장 가슴 아팠던 대선 정치의 순간이었다며.  

두 칼럼에서 그는 바이든이 스스로 사퇴하라 촉구한다. 2001년 9/11 이후 상원외교위원장 바이든과 중동 지역을 여행한 이후 지금까지 오랜 친구였기에 더 마음 아프다면서 말이다.  


"그가 출마를 고집해 트럼프에게 패한다면 바이든과 그의 가족들, 그의 참모와 당원들은 얼굴을 들 수 없게 될 것입니다." 6/28/2024 NYT 


"2020년 트럼프로부터 나라를 구한 바이든은 코로나19의 암흑에서 벗어나게 했고 인프라 재건을 위한 중요한 법안통과... 등등의 훌륭한 일을 한 사람입니다. 그는 작별 인사를 할 때와 그 방법을 아는 리더로 기억될 자격이 있습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 캠프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거라며 말한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대선 경선에 남는다는 전망에 침을 흘리며 지난 토론에서 바이든의 엉망진창 답변으로 15초짜리 광고와 짤을 준비할 겁니다. 이건 트럼프 지지자들이 확신하는 캠페인입니다." 


그리고 그는 오랜 친구 바이든에게 호소한다.


"당신 최악의 적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 당신이 뭘 하길 원할까요? 당시은 그 반대를 하면 됩니다." 

7/2/2024 NYT


라며 바이든의 조속한 자진 사퇴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절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싶지 않은 자들 맨 앞에서. 


민주주의의 퇴보, 고령 정치인


미 상원의원 평균 나이는 65세로 미 의회 약 4분의 1이 70세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고령의 정치인은 상수다. 본인을 비롯해 측근도 그의 덕을 보고 있는 단단한 지지층이 노령 정치인을 정치 무대에서 밀어내지 못한다.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메코널은 작년 공식 석상에서 얼어붙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답변을 기다리는 기자들 속에 멍하니 서 있다 측근들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힌 것. 그의 나이는 현재 82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선 누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 그의 건강을 지적했고 결국 그는 올해 말 원내대표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상태. 그 계획이 실천될지는 지켜볼 문제지만. 


1992년부터 캘리포니아 지역 상원의원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그는 작년 중요한 상원 표결에 연거푸 참가하지 않았다.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에선 그의 부재가 치명적인 시기였다. 1933년 생으로 정신 건강에 심각한 우려가 있었던 그는 9월 29일 사망 소식을 전한다. 기억 상실을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의 명백한 징후가 있었음에도 90세 생일이 석 달 지난 2023년 사망 때까지 그는 상원의원직에 매달렸던 것. 


여성 최초 미 연방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팰로시도 40년생 84세이다. 몇 주전 브롱스에서 직접 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목소리도 체구도 4년 전보다 많이 왜소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바이든보다 한 살 많은 41년생이다. 


7월 4일 자 Vox는 노령의 정치인들이 미 정가를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미국 민주주의 퇴행의 징후라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데 젊은 이들이 과소 대표되는 상황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 못하는 정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 예로 영화 <패터슨>의 배경 지역인 뉴저지 패터슨 지역의 현 하원의원은 빌 파스크렐, 1937년 1월 생으로 올해 87세다. 1997년부터 시작된 하원의원 이력은 지난달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서 올 11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몇 년 전 파스크렐에 대항하는 젊고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로 교체 운동이 펼쳐졌었다. 지역 의식 있는 중고등 학생들을 포함 젊은 층이 주축이 된 자봉그룹이 그를 대신할 후보를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건제했고 노력이 물거품 된 젊은이들은 정치 무관심층으로 사라졌다. 27년째 굳건히 이어온 하원의석과 함께 그 지역은 뉴저지 내에서도 높은 범죄율과 빈곤율의 도시라는 오명도 함께 한다. 


Vox는 교체되지 않는 정치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바로 1) 양극화와 2) 게리맨더링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양극화. 양분화된 미국인들은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보다 점점 지지 정당에 투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파적인 게리맨더링으로 경쟁적인 선거는 점점 더 어렵게 된 현실이다. 이 문제로 악명 높은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2022년 미 하원 선거에서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현직 의원들이 그대로 직을 이어받았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선거를 보다 공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현직의 당선 보장을 제한하기 위해 1) 의원들의 당파적 게리맨더링 제한 2) 더 저렴하게 선거 출마를 하게 하고 3) 돈 많은 기부자들의 영향력을 줄이며 4) 유권자 누구나 쉽게 투표할 수 있게 투표권 접근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제한 없이 시행되고 있는 현 미국의 투표 제도는 2009년 바이든이 부통령이 되어 그 직을 버려야 하기까지 무려 36년 동안 상원의원 타이틀을 보유할 수 있는 기 현상을 낳았던 것. 젊고 유능한 다음 세대가 그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가 그 기간 동안 철저히 박탈당한 채 말이다. 그 후과는 지금 펼쳐지는 대혼돈의 미국 대선을 낳은 것이다. 


가족과 측근, 그리고 당 주류에 대한 분노


"만약 전능하신 주님이 내려와 '조, 레이스에서 물러나거라' 한다면 나는 물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내려오지 않으실 겁니다."


지난 금요일 ABC와의 인터뷰는 바이든에겐 한 주 전 디베이트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그의 변명과 잘못된 확신의 인터뷰를 보며 그에 대한 애정이 싸늘해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람들 누구도 바이든이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전제마저 달라지고 있다. 세월은 그의 인성마저도 데려가 버린 듯했다. 

바이든은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고 인지 테스트를 받을 계획이 없다. 그 오만과 오류의 바탕에는 아내와 아들, 가족, 측근들이 있다는 의심이 분노가 되고 있다. 


시간은 민주당의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류 민주당 내 긴장은 유권자들의 불안감보다 옅어 보인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더 불안하다. 11월 선거까지 하루하루가 시한폭탄 같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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