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어른의 도시' 같았던 요코하마
요코하마에 갈 때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코가네초,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종종 언급되던 지구였다. 특히 내가 찾아본 글들은 동인천 배다리와 관련이 있던 글이라서 더 관심이 갔다. (동인천에서 10대 시절을 통째로 보냈고, 배다리 헌책방 거리-중에서도 벧엘서점은 고등학생 3년 내내 토요일 오후를 보내던 곳이었다) 그래서 요코하마의 관광지를 하루 구경한 다음, 코가네초를 둘러보려고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코가네초에 가기 전에는 [뱅크 아트 스튜디오]에 들렀다. 1929년에 세워진 건물을 갤러리로 쓰는 곳이다. 1층은 서점 및 카페, 2층은 갤러리, 3층은 사무실로 쓰는 공간. 가족/지인 공동체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우메 카요 작가의 책들이 보였지만 굳이 구입하진 않았다. 2층에서는 마침 닛산에서 선정한 아트 어워드 수장작가 5명의 전시가 있어서 둘러봤다. 그 중 네온을 활용한 요코야마 나미의 작품들, 그리고 오키나와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포착된 미군의 전투기나 수송헬기 같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좀, 오시이 마모루 같아서) 인상적이었던 이시카와 류이치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았다.
http://www.nissan-global.com/EN/CITIZENSHIP/NAA/FINALIST/
뱅크 아트 스튜디오에서 코가네초까지는 넉넉하게 40여 분 정도 걸렸다. 다른 일정이 없었으므로 느긋하게 걸었다. 작은 카페들과 위스키를 파는 바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재즈 카페들이 잘 보였는데, 한 낮인데도 공연인지 연습인지를 하고 있었다. 어딘지 낡은 느낌, 오래된 동네의 분위기가 있었다. 어째서인지 이 풍경이 자꾸만 동인천의 골목들과 겹쳐지다가 흩어지다가를 반복했다.
코가네초는 슬럼화된 집창촌을 예술가들의 레지던스로 재활용한 프로젝트, 정도로 알고 있었다. 고가 밑에 놓인 서점, 전시장, 카페들. 스탬프를 찍으며 손바닥만한 갤러리에서 갤러리로 돌아다니게 되는 동선. 촘촘하고 빽빽하게 놓인 건물들,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남자든 여자든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골목. 육체 노동을 기반으로 빽빽하게 그려지던 자본의 효율적인 지도. 이제는 그런 지도가 소용없어진 시대의 얼룩처럼 남은 지역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건 뭐, 몇 시간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의 감상 같은 것이라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구글 지도와 골목에 붙은 표식을 따라 쭈욱 걸었고, 왔던 길을 되짚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만, 요코하마는 다른 관광지에 비해 약간 좀 더 늙고 힘빠진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위스키 한 잔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