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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3. 2021

평창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행(4)

(2021-10-14 a) 정선-강원도의 옛 마을 아라리촌

어젯밤 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 녹화방송을 보느라 늦게 잔 탓인지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다. 창문을 여니 휴양림의 숲 공기가 상쾌하다. 계곡 물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숲 공기,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휴양림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아침을 먹은 후 먼저 가볍게 휴양림을 산책하기로 하였다. 내가 묵고 있는 휴양관 옆 쪽 언덕 위에는 몇 채의 <숲속의 집>이 들어서 있다. 숲속의 집은 모두 통나무집인데,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가파른 길을 지나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숲속의 집>으로 잡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이 길로 짐을 옮긴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 <숲속의 집> 옆으로는 등산로와 산책로가 나있다. 등산로는 가리왕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길로서 좁은 산길이며, 산책로는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넓고 평평한 길이다.   


휴양림을 출발하여 먼저 덕산기 계곡으로 향하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선 덕산기 계곡은 트래킹을 하기 아주 좋은 곳이라는 소개가 있었다. 그런데 내비게이터가 안내하는 곳은 조그만 산골 개울 옆의 도로 가이다. 이 개울이 아마 덕산기 계곡인 것 같은데, 주차를 할 곳도, 그리고 계곡을 따라 나있는 트래킹 길도 보이지 않는다. 근처를 조금 찾다가 여기는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다음은 ‘천상의 화원’이라는 곳이다. 역시 인터넷의 추천을 받아 찾은 곳인데, 내비를 따라가니 넓은 터 위에 세워진 건물로 안내한다. 농업기술센터이다. 인터넷에서 소개된 화원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보이면 물어보려고 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별 수 없이 이곳도 스킵. 아까운 시간을 한 시간 이상이나 허비했다.


이곳을 오느라 정선 읍내를 통과하면서 <아라리촌>이라는 곳을 지나왔다. 당초 계획에는 없었으나, 그곳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다시 정선 읍내로 들어섰다. 참 깨끗한 시골 도시이다. 푸른 가을 하늘에 깨끗한 공기,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지는 강원도의 산과 물을 배경으로 위치한 정선은 마치 스위스의 어느 소도시를 연상케 한다.   


7. 조선의 옛마을을 재현한 정선 <아라리촌>


<아라리촌>은 정선읍 내 시가지를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이 지방의 주거문화를 재현한 테마 파크로서 가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옛 문화와 풍속을 재현하고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먼저 오른쪽에 커다란 모과나무가 보인다. 어릴 때 살던 집 마당에 모과나무가 있어서 꽤 익숙한 나무이지만 아주 크다. 모과나무가 이렇게 큰 나무인 줄 몰랐다. 모과나무에는 잘 익어가는 크고 탐스런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세 개의 장승이 서 있는 곳을 지나면 여러 모습을 하고 있는 등신상(等身像)의 조형물이 보인다. 연암 박지원이 쓴 소설 <양반전>을 테마로 한 조형물들이다. <양반전>의 내용은 잘 아시겠지만 잠깐 요약하면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양반이 관가에서 빌린 곡식을 갚지 못해 벌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는 돈 많은 평민에게 곡식을 받고 양반이란 신분을 판다. 이 일을 알게 된 군수가 양반을 산 평민에게 양반이 해야 할 행동을 가르쳐 준다. “양반의 방에는 기생이 치장을 하고 있고, 뜰에 있는 곡식으로 학을 키운다. 양반은 시골에 묻혀 있어도 이웃의 소를 끌어다 자신의 밭을 먼저 갈 수 있으며, 마을 일꾼을 잡아다가 자기 논의 김을 맬 수 있다. 상놈의 코에 잿물을 들이붓고, 머리 끄덩이를 잡아 돌리고, 수염을 낚아채도 누구도 원망하지 못한다.” 양반을 산 평민은 이 말을 듣고는 “그렇다면 양반이란 것이 도적보다 더한 사람이 아니오? 나는 그런 양반은 싫소.”하고 모처럼 많은 곡식을 주고 산 양반 신분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다.

조금 더 들어가면 잘 지은 기와집이 나온다. 방 안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인형 같은 것이 보이길래 가까이 가니 아주 단정하게 생긴 중년 여성이다. 여기서 가끔 정선 아리랑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준다고 한다. 세종시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은 충청도 청양이 고향인데, 이곳에 시집을 와서 살고 있다고 한다. 혼자서 계속 있었어 심심했던지 자신이 살아온 정선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잘 가꾼 정원을 따라 걷다 보니 물레방아가 딸려 있는 작은 연못이 나온다. 그리고 연자방아, 서낭당, 농기구 공방, 방앗간 등의 옛 시설과 기와집, 굴피집, 너와집, 저릅집, 돌집, 퀴틀집 등 강원도 지방의 전통가옥들이 세워져 있다. 방앗간이 딸린 물레방아는 지금까지 본 어느 물레방아보다 정취 있게 만들어져 있다. 굴피집이나 너와집은 모두 나무껍질로 지붕을 만든 집이다. 그리고 돌집은 평평한 돌을 모아 지붕을 올린 집이다. 저런 집들은 비가 많이 오면 비가 새지 않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리촌은 기대 이상으로 잘 조성된 테마파크이다. 정선읍이라는 작은 시골 도시가 이 정도로 좋은 테마파크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강원도를 찾는 분들은 이곳을 꼭 한번 둘러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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