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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2. 2021

평창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행(3)

(2021-10-13 c) 영월-언덕에서 내려보는 강의 절경 한반도지형

오늘은 다른 때에 비해 집에서 일찍 출발한 덕택에 청령포와 장릉, 그리고 보덕사를 돌아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제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일찍 집을 나서면 이렇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차를 한참 운전하다보니 저멀리 마치 유채꽃처럼 보이는 노란 꽃밭이 곳곳에 보인다. 가을날에 유채꽃이 있을리는 없고, 가까이 가보니 콩이다. 콩 잎이 익어 노란색으로 물들고 있는데, 하도 깨끗하게 물이 들다 보니 멀리서 보면 꼭 유채꽃처럼 보였던 것이다. 경상도에서는 콩 잎사귀를 즐겨먹는다. 콩 잎사귀를 간장이나 된장에 절이면 참 맛있는데, 서울에 온 이후는 먹어본 적이 없다. 집사람에게 콩잎을 절여먹자고 했더니 콩 잎을 구할 수가 없단다.


4. 서강(西江)의 절경 선돌


영월는 남한강의 지류인 동강(東江)과 서강(西江)이 도시를 감싸고 지나고 있으며, 이들 두 강은 곳곳에서 빼어난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영월 일대에는 유난히 U형태를 한 강의 풍경이 많이 눈에 뜨인다. 산이 많은 고장이다 보니 강이 흐름이 산을 만나 돌아가면서 만든 지형일 것이다. 이런 지형은 삼면이 강이고, 뒤 쪽이 육지인 형태를 하고 있다.


이번에 찾아가는 선돌, 즉 입석대(立石臺)도 전형적인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풍경이다.  도로의 고개 위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들어가면 선돌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아래는 서강(西江)이 U자 형태로 흘러가면서 저멀리 삼면이 강에 감싸인 지형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약간 왼 쪽을 보면 마치 이쪽 산에서 떨어져 나와 우뚝 서있는 듯한 모습의 바위가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선돌이다. 예전에는 입석대(立石臺)라 부르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순수한 우리말인 ‘선돌’이라 부르는 것 같다.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오묘하다. 어떻게 산 아래로 내려가는 절벽을 마주보면서 저렇게 뾰쪽하게 깎아놓은 듯한 바위 절별을 또 만들어 놓았는지. 선돌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더욱 특별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매점에서 ‘옥수수 술빵’을 팔고 있다. 호기심이 생겨 4천원을 주고 1개 샀다. 무지하게 큰 빵 한 덩어리를 준다. 배가 고픈 터라 운전하면서 먹어보았다. 지금은 잊어버린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먹던 바로 그 옥수수 빵 맛이 난다. 경로우대증이 없는 분들은 아마 잘 모르겠지만, 1960년대 초반 옛날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학교에는 밥을 굶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당시 학교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원조물자로 받았던 옥수수로 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당번인 아이들이 바케츠를 들고 빵을 타러가서 바게츠에 빵을 잔뜩 담아왔다. 그렇지만 콩나물 교실이었던 당시에 빵은 아이들 숫자만큼 되지 않아 항상 빵이 모자랐다. 그러면 선생님이 빵을 쪼개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곤 하였다. 아무 것도 들어가 있지 않고 이스터의 술 맛만 나는 빵이었지만, 그 때는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그 빵맛을 6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맛보고 있다. 지금 산 옥수수 빵은 중간중간에 팥을 몇 개 넣었기 때문에 약간 단 맛이 난다. 그렇지만 전체 맛은 옛날 빵 맛 그대로이다.


5. 강물이 만들어낸 또 다른 한반도, 한반도 지형


다음은 한반도 지형이다. 이곳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사진을 통해서 이 경치를 본 적이 있을만큼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 역시 강물이 U자형으로 흘러가면서 만들어낸 이 일대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지형인데,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지형이 꼭 한반도를 닮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해안 쪽의 곧은 지형이나, 서해의 태안반도의 튀어 나온 부분, 그리고 인천 일대의 들어간 부분, 그리고 저 위쪽으로 개마고원과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높은 지대 등 우리 한반도와 흡사하게 닮은 지형을 하고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으로 된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좀 지나면 완만한 경사의 평탄한 길이 나오는데, 15분쯤 걸으면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부근에 단체로 온듯한 젊은 사람들의 무리가 보이고, 중년의 남자가 열을 내며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드론 교육이다. 중년 남자는 드론 강사이고, 젊은 사람들은 그로부터 드론 조종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인 걸로 보인다.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에 올랐다. 그동안 사진을 통해 여러번 보아왔던 한반도 지형의 모습이 눈아래 펼쳐진다. 사진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풍경이다. 물론 사진과 다름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지만... 강물은 흘러오다가 내가 서있는 이 산을 만나 U자 형으로 굽어진다. 그 강이 감싸고 있는 강 건너 지형이 꼭 우리 한반도와 흡사하게 닮은 것이다. 특히 강건너 저쪽 먼 곳은 바로 산으로 연결되어 마치 개마고원과 연결된 백두산처럼 보인다.


조금전 이루어지던 드론 교육 강의가 끝난 모양이다. 몇몇 젊은이들이 드론을 띄운다. 땅에서 솥구친 드론은 조금 날아오르는 듯 하더니 강을 향해 날라간다. 이어서 한 두 대의 드론이 뒤를 따른다. 드론들은 깍아지른 전망대 아래 절벽 옆 강을 향해 춤추듯이 날아다니고 있다.  


6.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어느덧 오후 4시가 지났다. 이제 숙소인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으로 가야한다. 내비를 보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영월읍에 가서 장보기를 하였다. 하나로 마트에 가서 삽겹살, 생수, 소주, 맥주, 막걸리를 샀다. 이제는 휴양림으로 직행이다.


‘산첩첩 물첩첩’이란 말이 있지만 이곳 강원도 영월, 정선 일대가 바로 그런 곳이다. 영월을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바로 산골이 시작된다. 지금이야 어느 쪽이나 길이 잘 나와있지만, 길 주위는 가도가도 산이며, 조금 높은 언덕길로 오르랴치면 저멀리 첩첩산중이 보인다. 한 구비를 돌면 작은 강이 나오고 그 강 옆길을 달리거나 아니면 다리를 건넌다. 이들 강은 도시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강들과는 다르다. 폭는 좁지만 깊고, 그리고 마치 조금 넓은 계곡같이 보이는 그런 강들이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진다.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다. 마주 오는 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하이빔을 켜고 달린다. 그 덕에 멀리까지 길이 보여 운전이 쉽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완전히 깜깜해졌다. 입구 사무실에서 간단한 입실절차를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이번에 정한 숙소는 숲속의 집이 아닌 휴양관이다. 오기전 인터넷에서 가리왕산 휴양림 이용 후기를 찾아보았는데, 대부분 자연환경은 좋은데 시설이 좋지 않다고 나와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불편을 각오하였는데, 생각외로 방이 깨끗하고 특별이 문제가 있는 곳은 없다. 다만 수도 꼭지가 조금 뻑뻑한데,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


창문을 여니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휴양림은 계곡을 끼고 자리잡은 곳이 많은데, 이곳도 계곡을 따라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삼겹살에 소주로 맛있는 저녁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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