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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4. 2021

평창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행(5)

(2021-10-14 b)  평창-이효석 문화예술촌

아라리촌을 나와서 평창 방면으로 달렸다. 영월과 정선, 그리고 평창은 서로 붙어 있어 차를 달리다 보면 영월이라 생각했는데 금방 정선이 되고, 또 평창이 나온다. 그리고 평창에 들어왔다고 생각되면 영월과 평창이 나온다. 평창은 우리 문학사에 있어서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 이효석(李孝石)의 고향이다. 그가 쓴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아마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국민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행선지는 이효석 문학관이다. 


8. 이효석 문화예술촌


잠깐 소설가 이효석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는 이곳 평창 태생으로 1907년에 태어나 32살이라는 아까운 나이에 사망하였다. 그는 평창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서울로 유학하여 경기고등학교와 경성제국대학, 즉 지금의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그는 소설가, 수필가로 활동하면서 언론인으로 일하기도 하였다. 그는 우리나라 문학계의 1세대 혹은 1.5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쓴 소설은 많지 않지만,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은 내용의 일부가 교과서에도 실려있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소설 한 부분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은 봉평장 인근에 있는 <충주집>이란 주막에서 우연히 만난 나이 든 장돌뱅이 허생원과 젊은 장돌뱅이인 동이의 이야기이다. 허생원은 젊은 시절 봉평에서 하룻밤 인연을 맺는 처녀를 평생 잊지 못한다. 동이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둘은 봉평에서 대화장을 향해 메밀꽃 핀 봉평 들녘을 지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허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소설에서 눈이 내린 듯, 그리고 소금을 뿌린 듯한 하얀 메밀밭 풍경의 묘사는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해준다. 


이효석 문화예술촌은 두 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왼쪽으로 가면 <효석 달빛 언덕>이 나온다. 이곳은 이효석의 생가를 중심으로 한 이효석 테마공원이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조금 오른쪽에 있는 언덕길 위에는 이효석 문학관이 있다. 먼저 <달빛 언덕>으로 갔다. 정문을 들어가면 오른쪽에는 옅은 갈색으로 빛나는 무거운 등짐을 진 노새상이 나온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 생원이 끌고 다니던 바로 그 노새를 묘사한 것이다. 이 노새상은 높이가 2-3미터 정도 되지만, 공원 저쪽에는 같은 모습의 큰 노새상이 만들어져 있다. 

노새상을 지나 언덕길을 올라가면 초가집이 나오는데, 바로 효석의 생가이다. 4칸짜리 초가집에다 옆에 한 칸짜리 외양간이 딸려 있다. 그래도 효석의 집은 그 시대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초가집도 제법 큰 편이며, 또 아들을 서울 유학까지 보냈던 걸 보니...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은 초가집은 마음을 포근하게 해 준다. 


효석의 생가를 지나면 언덕 위에 근대 한국문학관이 나온다. 여기에는 효석을 중심으로 김동인, 나도향, 이상, 정지용 등 우리나라 1세대 문학가들의 사진과 프로필, 그리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920-30년대 정도에 발간된 소설집 등이 여러 권 전시되어 있는데, 이들 책들은 지금의 인쇄 기술로 보면 정말 형편없는 정도이다. 그러나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소설을 읽으며 미래의 꿈을 키워 나갔으리라.

문학관을 나와 뒤 언덕을 올라가면 달을 형상화한 흰 둥근 구조물이 보인다. 이 달의 형상물이 이효석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갈색의 큰 노새상을 지나면 바람 언덕이 나온다. 여기에는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장식되어 있다. 


달빛 언덕을 나와 이효석 문학관으로 올라갔다. 언덕길 오른쪽에 있는 밭에는 수확이 가까워진 듯한 작물이 보인다. 아마 메밀인 모양이다. 나는 이때까지 메밀을 본 적이 없다. 아니 설령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걷기 싫은 길을 3-4백 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니 <이효석 문학관>이 나온다. 문학관 앞 정원에는 <이효석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이효석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주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중심으로 한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메밀에 대한 전시물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메밀국수가 큰 인기인데, 내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2-30대일 때만 하더라도 메밀국수는 일식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비싼 음식이었다. 물론 강원도의 메밀 막국수가 유명했지만, 그때는 메밀 막국수가 전국적으로 대중화되지는 못하였다. 메밀국수는 정말 일본인들이 많이 먹는다. 그들은 우동보다 메밀국수를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분식집보다 더 많은 메밀국수 가게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메밀 전시관을 지나면 다음으로는 이효석의 친필 글들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봉평장의 풍경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전시된 곳도 있다. 이 외에도 이효석의 작품이 수록된 옛 소설집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이효석은 행복한 작가인 것 같기도 하다. 그와 같은 시대에 활약한 작가들 가운데 이렇게 기념관들이 훌륭하게 만들어진 작가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이효석이 그 시대 문학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이곳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그를 기념하는 상징물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근처에 있는 식당들까지도 온통 효석과 관련이 있는 이름의 상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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