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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5. 2021

평창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행(6)

(2021-10-14 b) 평창-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봉평장

이효석 문화예술촌을 출발하여 봉평장으로 향하였다. 봉평 5일장은 4, 9로 끝나는 날에 열리기 때문에 오늘은 장날이 아니다. 그래도 전통시장이 있으니까 뭔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리로 향하였다. 봉평장은 이효석 문화예술촌에서 자동차로 5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 


9. 허생원과 동이가 만난 봉평장


시장이라면 시가지 안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내비가 안내해 준 봉평장 주차장에는 주위에 건물다운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차에서 내려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주차장 옆에 시멘트로 만든 구조물이 보인다. 이곳이 봉평 5일장인데 장날이 아니어서 사람이 없는가라고 생각하며 일단 그쪽으로 가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거의 4, 5백 미터 떨어진 저 쪽에 봉평 시가지가 보인다.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옆에 쓰러져가는 작은 집이 보인다. 이 집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 생원과 동이가 만난 바로 그 주막 <충주집>이다. 이 주위에는 다른 집들은 없고 풀밭과 나무뿐이며, 집이라고는 <충주집> 하나만 달랑 들어서 있다. 물론 이 집은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라 사람은 살고 있지 않은 듯하였다. 이 충주집의 한 칸 방 안에서 허 생원과 동이가 합숙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된 것이다. 


충주집 부근은 근린공원인 듯했다. 이곳을 지나 큰길을 건너면 봉평 시가지가 시작된다. 봉평면은 작은 시골 도시라 정말 한산하다. 시가지 입구 벽에 시멘트로 <봉평 전통시장>이라 써 놓은 글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경사진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정식으로 <봉평 전통시장>이라 써놓은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시장처럼 보이는 것은 아무 데도 없다. 시장 간판이 걸린 길로 들어서니 양쪽에 작은 카페나 음식점 같은 가게들이 연이어 있고 채소나 생활잡화 등을 파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시장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벌써 꽤 걸은 탓인지 배가 고프다. 메밀전과 전병을 파는 길 옆의 조그만 가게에 들러 메밀전과 전병을 주문하였다. 중년 여성 혼자서 가게를 보고 있는데, 봉평장이 어디냐고 물으니 여기라 한다. 오늘은 장날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장날이 되면 이 일대 골목골목에 장사꾼들이 전을 펼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장날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도 명색이 전통시장인데 하다못해 채소가게 하나, 순대국밥 집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메밀전과 메밀 전병으로 배를 채우고 골목길을 돌아다녀 보았다. 역시 시장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봉평장 구경은 완전 실패.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작은 시가지 이쪽저쪽을 살펴보았다. 식당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가게가 이효석, 특히 <메밀꽃 필 무렵>과 관련이 있는 상호를 달고 있다. 좀 전에 다녀왔던 <이효석 문화예술촌>과 그 주변의 가게,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보였던 많은 식당들, 그리고 봉평면 거리에 있는 수많은 음식점과 가게들이 모두 이효석과 관계가 있는 이름을 걸고 있다. 이곳 봉평은 이효석이 먹여 살리는 동네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여행을 마치고 밝은 때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10. 휴양림 산책


밝을 때 휴양림에 도착하여 여유를 가지고 휴양림을 돌아볼 수 있었다. <숲속의 집>들이 있는 옆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곧 계곡이 나온다. 설악산 계곡과 같이 큰 계곡은 아니며, 개울물이 졸졸 내려오는 그런 작은 계곡이다. 계곡은 온통 작은 바위와 돌로 이루어져 있다. 제대로 된 길은 없고 바위를 통해 올라가야한다. 


조금 올라가다가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떨어지는 운동 기능이 균형감이다. 이런 길을 걷다가 한 번이라도 넘어진다면 그야말로 몸에 치명적인 타격이 온다. 이런 길은 걷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서 내려왔다. 아직 시간이 많아 휴양림 입구 쪽으로 걷기로 했다. 벌써 차로 몇 번 다닌 길이지만 걸어 다니니 기분이 또 다르다. 계곡물도 위쪽보다는 풍부하여 계곡물소리가 요란하다. 가을이라 그런지 공기가 더 깨끗한 것 같다. 

이곳 가리왕산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 경기장이 만들어졌던 곳이다. 처음 스키장 건설계획이 진행될 때 환경부와 산림청은 귀한 산림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올림픽 조직위와 강원도가 강력히 건설을 추진하여 결국 환경부와 산림청이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원상회복시킨다는 조건 하에 건설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올림픽 후 강원도는 지역 개발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스키장을 존속시키고자 하였고, 환경부 등은 원상회복을 강력히 주장하여 양쪽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그 후 이 일이 어떻게 결정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가리왕산은 설악산이나 오대산 등과 달리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좋은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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