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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8. 2021

평창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행(9)

(2021-10-15 c) 단양-구인사와 양방산 전망대

다음 행선지는 구인사이다. 불교 신자인 집사람은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구인사로 간다니까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 모습이다. 알고 보니 구인사는 천태종의 본사인데, 조계종의 사찰에 다니는 집사람으로서는 일부러 찾아서는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조계종과 천태종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다지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에 대해서도 장로교가 무엇인지 침례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 종파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15. 천태종의 본산 구인사(救仁寺)


조선민화박물관을 나와 얼마 가지 않아 구인사가 나온다. 나는 구인사가 작은 사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무지무지하게 크다. 주차장 옆에 몇 층짜리 거대한 기와지붕의 건물이 있어 그곳이 구인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대한불교 천태종 중앙박물관>이다. 주차권을 받는 직원에게 구인사 가는 길을 물으니, 구인사까지는 800미터 정도 되는데, 버스가 운행되니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한다. 좀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길래 걸어올라 가려하였으나 직원은 한사코 좀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한다. 


버스는 넓고 가파른 언덕 도로를 올라가 아주 넓은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준다. 주차장 옆에는 역시 5-6층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기와집 건물이 보인다. 절 시설인가 했더니, 시외버스 터미널이라고 한다. 역시 절 구역 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이라 건물도 독특하다. 터미널을 나와 지금까지 버스로 왔던 도로보다 경사가 더욱 심한 도로를 조금 올라가면 바로 일주문이 나온다. 그리고 이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절 건물들이 연이어 나온다. 앞에서 말했듯이 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서, 1945년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여러 건물들이 차례로 세워졌다고 한다. 

구인사의 첫 느낌은 먼저 웅장하다는 것이었다. 건물들이 모두 엄청나게 크다. 그 큰 건물들이 비교적 넓은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있다. 전각(殿閣)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한 건물들이다. 건물들은 대개 4-5층 정도 되어 보이는 4각형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가장자리에 ‘口’ 자 모형의 복도가 있고, 안 쪽으로는 방들이 배치되어 있다. 요즘에는 코로나19 탓인지 평일날 절에 가면 신도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여기엔 신도들도 엄청 많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겠지만 이곳의 신도 수용 가능 인원은 수천 명 아니 만명도 넘을 것 같다. 


절집도 우리나라의 보통 절들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중각 사극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거대 전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큰 건물들이 도로 양쪽을 따라 줄지어 도열하고 있으며, 끝이 없을 정도로 계속된다. 주차장 안내원이 왜 자꾸 버스를 타고 올라가라고 권했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아래에서부터 버스를 타지 않고 계속 걸어 올라왔다가는 터미널까지 올라오는데 힘이 다 빠져 정작 절에 올라갈 힘은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배려에서 그렇게 권했던 것 같다. 


여러 개의 건물을 거쳐 올라가다 보니 도로가 끝나고 큰 건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이 건물이 끝이 아니다. 여러 개의 전각이 이 뒤로 또 이어진다. 집사람은 함께 오다가 도중에서 포기해 버렸다. 나도 힘은 들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끝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에서 계속 올랐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산을 들고 올라왔는데, 그것도 걸치적 거린다. 드디어 제일 위에 있는 건물까지 올라왔다. 저 아래에 수많은 전각들이 연이어져 있는 경치가 펼쳐진다. 

구인사는 절 정돈된 건물은 아니다. 무언가 무질서하게 중구난방식으로 건물이 들어선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무질서함이 경치를 돋보이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몇 구비 계속되는 계단을 내려간 후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경사가 급하다 보니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다. 중간에 집 사람이 어느 법당에 구경한다고 들어갔는데, 찾아서 함께 내려가야겠다. 전화를 했더니 여기서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옆을 지나는 신도에게 물어보니 이곳에는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법당 건물로 들어갔는데, 4-5개 층이나 되고, 또 각 층마다 방도 수없이 많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포기하고 아래에서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왔다. 


이제 한번 와보았으니 다시는 이곳을 찾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너무 가파른 언덕길이라 힘들어 다시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16. 양방산 전망대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4시가 조금 지났다. 오늘 계획한 일정의 마지막은 양방산 전망대인데, 이곳은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조금씩 뿌리는 데다 구름도 많아 벌써 조금씩 어두워온다. 내비를 확인하니 집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다. 그리고 전망대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이왕 계획을 세웠으니 거쳐서 가기로 했다. 


도로에서 벗어나 양방산 전망대로 향하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자동차의 내비를 보니 4.5킬로 정도 남았다고 나온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엄청난 경사길이 나온다. 지난번에 갔던 봉화 청량사에 가는 길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경사길이었는데 여기도 거기에 못지않다. 다만 청량사 가는 길에 비해 조금 나은 점은 도로 폭이 조금 더 넓다는 것 정도다. 그렇지만 청량사 가는 산길은 1킬로가 못되었지만 여기는 무려 그런 경사길이 4.5킬로나 계속된다. 급한 경사길이 언제 끝나나 했는데, 그런 급한 경사길이 계속된다. 이런 곳에서 자동차에 탈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잔뜩 찌푸린 날씨로 날은 점점 어두워온다. 높은 산 위라 안개도 끼어 있어 더욱 을씨년스런 기분이 든다. 주차장 한쪽은 무엇인가 공사를 하고 있는 흔적이 있어 어수선한 기분이다. 주차를 한 후 차량통행을 금지한다는 좁은 산길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몇 백 미터 걸어올라 가면 전망대이다. 


드디어 양방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옆에는 전망대인 듯한 건물이 보이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면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터의 모습이 좀 이상하다. 마치 골프 드라이브 레인지와 같은 느낌이 드는 녹색의 매트가 깔려 있다. 산 정상에 왜 이런 것을 깔아 놓았을까? 알고 보니 이곳은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라 한다.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글라이더를 매고 이 매트 위를 뛰어 내려가 하늘을 날게 되는 것이다.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 한 켠에는 캠핑 카가 주차되어 있고 두 젊은이가 부지런히 짐을 정리하고 있다. 물어보니 이곳에 캠핑을 왔다고 한다. 이 높은 산 위에서 아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이곳은 최고의 캠핑 사이트일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차량은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다. 오늘은 이곳을 찾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들이 이곳까지 캠핑 카를 가지고 온 것 같다. 


고생 고생하며 이렇게 높이까지 올라왔지만 짙은 안개로 산 아래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산 정상의 공기를 마신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차로 올라올 때의 그 가파른 길을 생각하면 이곳을 다시 찾을 마음은 전혀 없다. 


이제 오늘 일정은 모두 끝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집까지 2시간 반, 부지런히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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