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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7. 2021

평창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행(8)

(2021-10-15 b) 영월- 난고 김삿갓 문학관과 조선민화박불관

다음 행선지는 <난고 김삿갓 문학관>이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지만 비는 멈추었다.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차는 달린다. 내비는 높은 산이 첩첩이 계속되는 지역을 빠져나와 완만한 산들이 이어지는 곳으로 안내한다. 김삿갓 문학관은 온달산성을 조금 지난 곳에 위치해 있다. 평지를 지나 길은 나지막한 산속으로 연결된다. 김삿갓 문학관을 얼마 앞둔 지점에 <조선 민화박물관>이라는 곳이 보인다. 내려올 때는 이곳도 들러보아야겠다.   


13. 난고 김삿갓 문학관


김삿갓 박물관은 산속의 아주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주차장을 나오면 앞에 보도블록이 깔려젼  넓은 공터가 나오고 그 뒤로 현대식 건물의 <난고 김삿갓 문학관>이 서있다. 문학관 주위에는 김삿갓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조형물이 서있다.


김삿갓은 경기도 양주 태생으로서, 이름은 김병연이다. 잘 아시다시피 그의 할아버지 조익순이 홍경래 난 때 반란군에 투항한 죄로 조익순은 처형당하고 가족들은 모두 서인으로 강등되었다. 이런 일로 양주에서 살기 어려웠던 조익순의 아들 가족들은 이곳 영월로 이사 와서 살게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김삿갓 문학관이 이곳 영월에 설립된 것이다.


김병연은 젊은 시절 백일장에 참석하여 장원을 차지하였다. 그때 시험문제가 홍경래에 투항한 김익순을 비판하라는 것이었는데, 김병연은 김익순을 호되게 비판하여 장원을 차지한 것이다. 집에 돌아온 김병연은 어머니에게 이 일을 자랑하니, 그때서야 어머니는 김익순이 병연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이후 자신의 할아버지가 반란군에 투항했으며, 그런 할아버지를 자신이 호되게 비판하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밝은 세상을 볼 수 없다고 하여 갓을 쓰고 천하를 떠돌아다녔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부끄러워하여 밝히지 않아 삿갓을 쓰고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김립’(金笠) 혹은 ‘김삿갓’이라 불렀던 것이다.  

전해 내려오는 말로는 병연은 할아버지 일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고 바로 자신이 부끄러워 방랑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김삿갓의 일생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백일장이 있었던 그해 그는 결혼을 했으며, 이후 벼슬을 위해 세도가의 문객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방랑의 길을 떠난 것은 백일장이 있었던 때로부터 4년 뒤이다. 그러므로 할아버지 일로 자신을 부끄러워하여 방랑의 길에 나섰다는 것에는 조금 의문이 남는다. 아마 벼슬길도 막히는 등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문학관에는 김삿갓의 일생과 김삿갓이 지은 많은 시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삿갓은 방랑을 하면서 수많은 시를 지었다. 당시 선비들이 천편일률적인 한시(漢詩)를 짓는데 비하여 그는 장르를 넘어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형식의 시를 지었다. 전통적인 한시가 있는가 하면 우리말 음과 한자의 뜻을 중의적으로 섞어 지은 풍자 시, 재치 넘치는 즉흥시 등등 실로 그는 자유자재로 장르 파괴의 시를 지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시로는 방랑의 고달픔과 인심의 고약함을 노래한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

四十村中五十食 사십촌중오십식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기유칠십사

不如家歸三十食 불여가귀삼십식


스무 나무 아래서 서러운 나그네가

망할 놈의 마을에서 쉰 밥을 먹네

사람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집에 돌아가 설은 밥을 먹너니만 못하구나

밥 한 끼 얻어먹으러 서당을 찾아갔더니 자신을 냉대하고 내쫓는 몰인정한 훈장을 향해 김삿갓은 아래와 같은 시 한수를 던져주고 돌아선다.


書堂乃早知 서당 내조지 니

房中皆尊物 방중 개존물 이라

生徒諸未十 생도 제미십 인데

先生來不謁 선생 내불알 이라


서당이 있는 걸 일찍 알고 찾았더니

방안에는 모두 귀한 사람들이네

생도는 열명이 못 되는데

선생은 나와보지도 않네


이런 시들은 읽으면 통쾌한 맛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신의 인생을 노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수많은 시들이 있다. 문학관에는 이러한 여러 시들을 여러 시각적 효과를 동원하여 잘 보여주고 있다.

전시회 한 켠에 눈에 띄는 시가 보인다. 가련(可憐)이라는 이름의 시다. 김삿갓은 방랑 중에 가련이라는 기생을 만났다. 그는 가련과 사랑을 나누었으나 결국 그녀와도 헤어졌다.


可憐行色可憐身 가련행색가련신

可憐門前訪可憐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가련차의전가련

可憐能知可憐心 가련능지가련심


가련한 행색을 한 가련한 몸이

가련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마음을 가련에게 전하니

가련은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더라


작년에 오래전에 나온 <김삿갓>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김삿갓과 가련의 사랑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그 영화는 가련의 어머니가 기생으로서 홍경래의 첩이었고, 가련은 홍경래의 딸이란 설정이었다. 아래 링크는 <김삿갓> 영화에 관한 리뷰인데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127861791



14. 조선민화박물관


김삿갓 문학관을 나와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 산 위에 <조선민화박물관>이 있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갈까 하고 생각했으나, 얼마를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어 차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막상 차로 올라가니 박물관까지 거리는 100미터가 채 못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엄청난 경사길이다. 차로 올라가는데 헛바퀴가 돌아 차가 잘 올라가지를 못한다. 경사가 급한 데다 길에 요철을 만들어 놓지 않아 그런 것 같다.


민화 박물관은 산 중턱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건립된 박물관 같은데 아름드리나무를 사용해서 지은 목조 건물이라 아주 운치가 있어 보인다. 건물 안 조명이 꺼져 있어 오픈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우리가 다가가자 조명이 켜진다. 관람객이 우리밖에 없어, 아마 관람객이 없을 때는 절약을 위해 조명을 꺼둔 것 같다. 입장료는 1인당 5,000원으로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 만든 박물관이라 한다.


개인 박물관으로서는 제법 큰 건물이다.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기념품점과 전시관이 반반 차지하고 있으며, 2층은 모두 전시관으로 되어 있다. 건물의 기둥들이 몇 아름은 될 것 같은 통나무로 되어 있다. 2층부터 관람을 하였다. 조선민화박물관이라 하길래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화를 전시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대부분 요즘 그린 민화들이다. 안내를 해주는 여성 분의 말로는 요즘은 민화 그리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많으며, 민화를 배우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 민화 애호가들은 옛 민화를 모사하는 경우가 많고, 일정 경지에 오르면 자신이 독자적으로 창작한 민화를 그린다고 한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민화 경시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그린 민화 가운데 상을 받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본 적이 있던 민화들이 아이들의 손에 의해 재탄생되어 있다. 상당히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2층의 첫 전시실에는 삼국지를 소재로 한 민화가 전시되어 있다. 나는 잘 모르지만 민화계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도원결의에서 적벽대전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약 20-30폭의 그림으로 담고 있다. 몇 년 전 중국 상해의 어느 공원에서 삼국지를 소재로 한 벽화를 감상하였던 생각이 난다.     


그 옆의 전시실에는 여러 민화 작가들의 단품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옛 그림을 모사한 것도 있고, 화가의 창작품도 있다. 전시실 한쪽에 커튼으로 가려진 부분이 있다. 커튼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은 춘화(春畫) 전시실이다. 춘화란 성행위를 묘사한 그림, 즉 동양의 포르노 그래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춘화가 꽤 성행했는가 보다. 여러 점의 다양한 모습의 춘화가 전시되어 있다. 하긴 조선시대의 이름난 화가인 김홍도나 신윤복도 춘화를 꽤 그렸다는 걸 생각하면, 그 시대에도 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그렇게 금기시되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조선시대 춘화 외에도 중국과 일본의 춘화도 여러 점 함께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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