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평소와 같이 인스타를 하던 중 무료사주 상담을 해주는 곳을 발견했다.
신청할까 말까 망설이다, 앞으로의 일이 잘 풀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니 나름 기대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다.
잠시 고민하다 바로 카톡을 보냈다.
10분 뒤 답변이 돌아왔다.
첫 상담은 무료이고, 예약 후
전화나 비대면 화상통화로 진행됩니다.
한두 시간 뒤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어딜 가나 예약은 필수인가 보다. 날자는 토요일이나 월요일 2시.
고민후 토요일 2시 예약 후 그렇게 카톡은 마무리되었다.
이틀이 지나고 토요일이 되었다.
매번 이상하리만큼 주말에 예약이나 일정을 잡아두면 급한일이 생긴다.
오늘도 역시나 급한 미팅 건이 생겼다.
2시 예약인데 2시에 미팅이라니… 급하게 상담해주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넉넉히 4시로 잡았다.
흔쾌히 ok 해주셨다.
미팅은 잘 마무리되었고 4시가 다 되어간다. 기다리던 상담시간. 간단한 신상 공개 후 통화로 진행을 했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르다 대뜸
‘집에 신발이 많네.
신지 않는 신발들은 다 버리고
필요한 것 대여섯 개만 놔두고 다 버려!’
순간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소름..ㅎㅎ
하지만 대여섯 개만 두기에는 너무 많은데..
물건을 쉽게 버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언젠가 신겠지 하고 모아둔 신발들이 꽤 많았다. 뭐 미신이겠지만 신지 않는 오래된 신발들이 집안에 있으면 안 좋은 기운이 돈다고 들은 것도 같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사실 이 질문에 답변을 듣고 싶어서 신청한 거나 다름없다.
질문을 한 뒤 안 좋은 답변을 들으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었다.
‘음~잘 맞네. X님 사주 보니
외모나 성격도 깔끔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1년간 꾸준히 하다 보면 잘될 거야.
그리고 집에 병이 많네,
안 쓰는 병들은 안 보이게
치우던가 버리던가 해!’
잘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린듯하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사주를 보면 제일 많이 듣게 되는 기본적인 뻔한 멘트 일지 몰라도, 아마도 난 누군가가 ‘잘할 수 있어’라고 해주길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사리 꺼내지 못한 속마음들을 난생처음 털어놓으니 맘이 한결 가벼워졌다.
처음엔 어색했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오래 알던 지인인 거 마냥 이런저런 얘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신나게 통화를 하곤 끊었다.
집에 돌아온 뒤 몇 번 신지 않거나, 조금 닳기는 했어도 언젠간 신겠지 하고 모아둔 신발 열댓 개를 버렸다.
아직 갈길은 멀었지만 나름 위안을 받고 새 출발 하는 기념으로 신발을 하나 샀다!
앞으로 지나가는 길에는 꽃길만 열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