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모루와 이월의 스노볼 드라이브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녹지 않는 눈이 내린 후 7년 동안 백영시를 떠난 적이 없었다. 여행 다운 여행을 해본 적 없던 모루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어린아이처럼 신나 있다. 그리고 옆에는 좋아하는 이월과 같이 있다니 꿈만 같았다.
쉬지도 않고 새벽 동이 틀무렵까지 달려 강원도 한적한 바닷가 근처에 도착했다. 한겨울이라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데도 둘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본다. 모루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모는 살아있겠지?”
“응. 살아계실 거야... 일단 오늘은 몸 좀 녹이고 쉬자.”
“차에 기름도 떨어져 가는데... 배도 고프고...”
병원에서 급하게 나온 둘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이월은 차로 간 뒤 운전석에 있는 버튼을 여기저기 눌렀다. 트렁크 문이 열렸다. 트렁크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열어보니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동차 트렁크 안쪽에는 예비 타이어가 들어가 있다.
이월은 익숙한 듯 트렁크 바닥을 들춘다. 예비 타이어 자리에는 검은 비닐봉지에 무언가가 쌓여 있었다. 열어보니 현금 다발이었다.
아빠가 숨겨놓은 비상금이 있다는 것을 이월은 알고 있었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1년 동안은 충분히 둘이 사용하고도 남을 금액의 돈이었다.
다음날이 밝았다. 모루가 먼저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본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었나. 인적이 드문 고즈넉한 강원도 바다의 아침 풍경은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숙소로 들어와서 티브이를 켰다. 뉴스에선 당분간은 눈은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잠시 여유로움은 뒤로하고, 오늘은 시내 쪽으로 가서 이모를 찾아보기로 한다.
차를 타고 20여분 정도 지나니 시내가 나왔다.
때마침 시내에는 5일장이 열려있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린다. 얼마 만에 보는 광경 인가. 녹지 않는 눈이 내리기 전엔 백양시도 이곳처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작은 도시였다.
모루와 이월은 여기저기 둘러보다 식당으로 들어가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이모가 여기에 있을 것만 같아.”
“우선 밥부터 먹고 찾으러 다녀보자.”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천천히 둘러본다. 주변엔 온통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팔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시장 한 바퀴를 다 돌아본 것 같다. 포기하려고 가려던 찰나에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띈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아도 센터 들어갈 때 배웅해주던 이모의 뒷모습은 아직 까지도 잊히지가 않았다. 그게 이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모루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덩달아 이월도 뒤따라 뛴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모가 확실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처음 보는 노부부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울먹이며 이모를 부른다.
“이모…”
유진은 깜짝 놀라 일어서서 두리번거린다.안본사이 시력은 더욱 나빠져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았다.
“모루니??백모루!!”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유진은 이월을 내려준 뒤 강도들에게 잡힐뻔하다 사고가 났다. 다행히도 경찰이 나타나 강도들은 도망갔고 유진은 계속 도망치다 길거리에서 노부부를 만나 지금까지 숨어 지내고 있었다. 모루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앞은 점점 보이질 않고, 강도들이 찾아올까 봐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이모는 돌아온다고 이월이 했던 말이 사실이 되었다.
한겨울 스노볼 하나를 들고 무작정 떠난 드라이브는 행복하게 끝이 났다.
조예은 작가의 [스노볼 드라이브] 마지막은 모루와 이월이 남쪽으로 유진을 찾아가는 걸로 끝이 난다.
다 읽고서도 유진의 생사가 궁금하기도 하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결말을 써내려 갔고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본다.
모루와 이월의
따뜻한 스노볼 드라이브는 끝이 났지만,
어쩌면 우리도 지구라는 스노볼 안에
언젠가는 녹지 않는 눈이 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