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닝리 Sep 01. 2022

로딩(Roading) 완결 후기

AI가 인간을 지배하던 날


 우리는 실제로 AI가 인간의 노동과 예술을 대신할지도 모르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벌써 수 년도 더 된 일입니다. 구글이 주최하는 온라인 마케팅 관련 행사에 갔다가 구글의 엔지니어조차 AI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자율주행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알고리즘을 AI가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알파고를 내세워 기세 등등하던 구글의 딥 러닝(deep learning)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이 말이 무척 위험한 발언이라고 느꼈고, 그때의 감정이 저를 이 소설을 쓰도록 이끌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미 다가온 미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매일 AI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을 보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물건을 쇼핑하며, 알고리즘에 따라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미 AI의 지배는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한 시점까지만 해도 회사를 다니면서도 책임지고 완결할 수 있으려면 단편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완성한 것이  <최후의 로딩(Roading)>입니다. 빗길을 질주하며 로드킬 당한 인간을 수거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소재로, AI가 지배하는 충격적인 미래에 AI의 반려인간이 되기를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투쟁하는 야생성을 가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구상에 공을 들인 만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너무나 짧고 압축적으로 담고자 했기에 못다 한 이야기들이 남았습니다. 그 아쉬움을 어떻게 해소할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후속 단편인 <반격의 로딩(Roading)>입니다. 후속이지만 일종의 프리퀄로 로딩의 세계에서 비어 있던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로딩(Roading)이라는 제목은 컴퓨터에서 무언가를 불러오는 중인 상태, 즉 실행했지만 아직 실행되지는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로딩(loading)에서 앞 글자를 ‘R’로 변형한 것입니다. AI가 탄생하면서 이 세상에 무언가 무겁고 거대한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 중인데, 그 과정이 또 인류에게는 하나의 새로운 길(road)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ing)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소설은 각각 새로운 길의 끝과 시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길이란 결국 목적지가 아닌 과정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길(road)은 현재진행형(-ing)이지요. 우리 인류의 길을 찾기 위한 여정도 현재진행형일 것입니다.


 이렇게 <로딩> 2부작이 완결되었습니다. 또 언젠가 먼 미래에 <혁명의 로딩>라는 이름으로 저항군 편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무슨 스타워즈 시리즈도 아니고 현재로선 전혀 계획이 없습니다. 굳이 더 욕심내지 않고 일단 로딩의 세계는 이쯤에서 일단락 짓고자 합니다.


 SF의 탈을 썼지만 이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강력한 드래곤과 무모하게 맞서는 기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무모함을 저에게 가르쳐준 소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이 부족한 소설을 바칩니다.


또 언젠가 새로운 소설로 돌아오겠습니다.

후기까지 모두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그리다 보니 글보다 그림이 더 오래 걸린 후기였습니다.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의자를 빼버릴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