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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Jan 08. 2024

코스트코 식기세척기 구입

고장난 식기세척기 교체하기

몇 달 전 식기세척기가 고장 났다.

바쁜 와중에도 고쳐주겠다고 하는 신랑을 말려 몇 달 동안 손설거지를 했다.

한국에서는 식기세척기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고, 캐나다에 와서도 식기세척기 돌아가는 2~3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리는 것 같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3년 전 셋째 출산 후 어린아이 세명을 혼자 돌봐야 했을 때 1분 1초가 너무나 절실했어서 식기세척기를 조금씩 쓰다가 그 편리함에 푹 빠진 나였다. 다섯 식구 식사 때마다 나오는 그릇+요리할 때 쓰이는 도구들+수시로 간식을 먹는 아이들의 접시, 컵+냄비나 프라이팬 등 까지 하면 식기세척기 가득히 한번 돌리고, 손 설거지로 식기건조대를 득 채우고도 는 양이라 식기세척기가 많은 도움이 됐는데 사용할 수 없으니 많이 불편했다. 신랑에게 시간이 나면 고쳐달라고 했는데 지난달 중순쯤 드디어 약간의 시간이 난 신랑이 공구를 가져와 뜯어 살펴보았다.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수리 불가판단을 내렸다. 이 집과 나이가 같은 약 15년  식기세척기가 그래도 참 오래 견뎌줬다 싶다.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박싱데이 할인을 노리고 하이웨이로 50분 걸리는 옆도시 코스트코에 가서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약 900불에서 100불 할인한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할인 전 가격도 다른 곳에서 파는 비슷한 사양의 식기세척기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집에 오자마자 신랑과 함께 고장 난 식기세척기를 꺼내고 새 식기세척기를 설치했다. 난 그저 옆에서 같이 들어주고, 공구 심부름을 하는 게 다였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하하


암튼, 모든 설치를 마치고 수평을 재고 있는데 구석 바닥 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 작동하는데 지장은 없는 것 같으니 원래 그런 디자인인가 했다. 그러다 그릇 꽂는 렉을 꺼내보는데 뭐가 후두둑 떨어진다. 작은 쇠구슬들이었는데 렉을 넣고 뺄 때 부드럽게 작동하라고 양쪽에 넣어져 있던 것들이었다. 너무나도 황당하게 그 작은 구슬들이 모두 빠져버려 렉을 다시 넣을 수도 없었다. 매장이 멀고, 큰 짐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웬만하면 교환 안 하고 써볼까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는 것이다.

신랑과 나는 김이 빠져 버렸다.

기분 좋게 사 와서 수도, 전기연결까지 다 하고 시범작동만 하면 되었는데 다시 해체해 교환을 하러 다녀와야 한다니!!!


"그 옆에 것을 사 올걸..."

하며 후회하는 신랑을 다독여줬다.

인생은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데 누구나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한다. 이렇게 불량품을 선택하게 된 것은 조금 안타깝지만 그 옆에 것을 선택했었어도 같은 결과였을 수 있다. 약간은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수정 가능한 이 정도의 불운은 더 큰 불운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액땜이라고 생각한다.


"괜찮아요~ 주말에 가서 바꿔오면 되지 뭐. 간 김에 다른 것들도 구경하고 오면 되니까 딱 좋네~"


하지만 신랑은 몇 달 동안 기다려준 나를 실망시킬 수 없다며(+할인이 끝날 수도 있다며 +물건이 모두 팔릴 수 있다며) 다음날 아침 출근 전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집에 들러 식기세척기를 내려놓자마자 박스를 뜯고, 문을 열어 제대로 된 제품인지 확인을 했다. 불룩 튀어나온 곳 없이 말끔했으며, 렉도 잘 움직였다. 설치는 신랑이 퇴근 후 뚝딱뚝딱 금방 해주어서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신랑은 주방을 지나갈 때마다 말한다.

"누구네 식기세척기인지 너무 좋다.

누가 설치했는지 깔끔하구먼~"


난 엄지 척을 해주며 호응한다.

"설치를 너무 잘해서 쓸수록 너무 좋네~ 이번 식기세척기는 20년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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