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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y 02. 2024

둘째의 생일파티

캐나다에서 아이 생일파티 하기

이제 둘째의 생일파티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시작되는 우리 아이들의 생일파티. 유치원 입학 전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미역국, 케이크를 먹고, 선물을 받았었다. 그리고 프리스쿨에는 친구들과 같이 먹으라고 작은 컵케이크를 사보내거나 작은 선물들을 담은 구디백을 나눠주는 것으로 파티를 대신했다. 선생님께서 생일맞이 왕관을 씌워주고 간단히 친구들의 축하도 받기 때문에 아이들도 충분히 기뻐하고 만족해했다. 프리스쿨 때는 초대할 만큼 친한 친구도 없고, 초대해 주는 친구도 없었 때문에 굳이 미리 해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유치원에 입학을 하면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초대도 많이 받고, 본인도 생일파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유치원 때부터 파티를 주고 있다.


올해 둘째가 입학한 유치원에는 둘째를 포함해 14명의 학생들이 있다. 매년 정원 20명을 넘겨 입학생을 받던 인기 있는 학교였지만, 이번 학기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학생수가 적으면 좋은 점이 더 많기 때문에 학부모, 선생님도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학부모들끼리 얼굴 모르는 사람 없이 매일 인사하는 사이가 됐고, 아이들도 두루두루 다 친하니 누굴 빼놓고 초대하는 것이 좀 그래서 반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기로 했다.


생일파티 2주 전에 시민회관에서 하는 생일파티 패키지를 예약했고, 카드에 하나하나 이름을 적어 반아이들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파티하는 날짜, 장소와 함께 신랑 연락처를 함께 적어서 참석여부를 문자로 받았다. 대부분 며칠 내로 연락을 주었지만 파티 당일에 참석하겠다고 연락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무엇이든 모자라는 것에 걱정이 심해 음식, 구디백(답례품) 등 모든 것에서 최대인원을 예상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첫째 생일파티를 해보니 파티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것이라 느꼈기 때문에 연락여부가 중요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와서 축하해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얼마나 실망을 할지 알기에 연락 없이 온다 해도 언제나 환영이다.


초대장을 돌린 후 음식, 구디백 준비에 돌입했다.

- 점심 : 피자 6판(치즈2, 하와이안2, 페퍼로니2)

- 스낵 : 3종 과일컵 40개, 과자 5종, 팩주스 60개,    

              생수 30개

- 구디백 : 30개 (야광팔찌, 플레이도우, 비눗방울,   

                   하이츄 3개, 사인펜, 팝잇메모지

                   입으로 부는 장난감)

-케이크 : 코스트케이크 2개(바닐라, 쵸코)

3종 과일컵. 씻고, 자르고, 나눠담느라 손이 많이갔다.
다양한 색으로 받을 수 있게 신경써서 넣어 만든 구디백.

예상 참석인원은 아이들의 숫자에 보호자 두 명을 더했고, 다들 형제들이 있기 때문에 함께 왔을 경우를 대비해 모두 합해 계산했다. 모두 따져보니 최대 40명까지 올 수 있어서 넉넉하게 준비했다. 음식이 모자라 못 먹는 사람이 생긴다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먹을 것들과 케이크는 신랑이 코스트코에 가서 모두 구입해 왔다. 사실 코스트코 케이크는 너무나 달아 사고 싶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큰 크기의 케이크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구입했다. 혹시 모자라 못 먹는 사람이 생길까 봐 2가지 맛으로 구입했다. 과자와 과일, 주스도 넉넉하게 샀다.

구디백은 우리나라의 다이소와 비슷한 곳인 '달라 스토어'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여러 종류를 사서 섞어 포장을 했다. 각각의 가격은 저렴했지만 종류가 많고, 양이 많다 보니 구디백으로만 13만 원 정도가 들었다.

점심은 피자로 준비했다. 가장 간편하면서도 가장 호불호 없는 음식이라 피자로 정했다. 파티시간이 2시~4시까지여서 3시에 피자를 배달받을 수 있게 미리 주문을 해놨다.

이곳에서 여러 번 생일파티를 가보며 익힌 파티 순서는 오자마자 간단히 스낵을 먹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다음 점심을 먹고, 케이크를 자르고, 선물을 뜯어본 후 구디백을 나눠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리는 첫째 때 그런 것을 몰랐기에 오자마자 피자를 먹이려고 미리 준비해 놨다가 다들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조금 식은 피자를 내놓았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려 적당한 시간에 피자를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했다. 


파티시간 20분 전에 파티장에 도착하여 음식들을 세팅했다. 넓은 강당에 축구골대와 큰 기차모양의 바운시캐슬이 준비되어 있었다. 직원분이 테이블과 의자도 미리 세팅을 해놔 주셔서 우리가 준비할 것은 음식세팅뿐이라 금방 끝났다. 따로 장식은 안 하고 대형 숫자풍선 하나로 파티 분위기를 냈다.

시간이 되자 친구들이 왔고, 가져온 선물을 내게 전해주고 나서 신나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신랑은 아빠들과, 나는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했다.

대형 바운시캐슬. 직원분께서 아이들을 계속 지켜봐 주신다.

미리 바람을 넣어놓은 대형 바운시캐슬에 들어가 신나게 노는 아이들. 13명을 초대했는데 11명의 친구들이 와주었다. 함께 온 형제들까지 모두 합쳐보니 아이들만 21명이었다. 어른은 10명.

사정상 아이들만 놓고 가시는 부모님도 계셨지만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대부분 함께 머무셨다.


한 시간 동안 신나게 놀고 나니 피자 배달이 왔다.

아이들에게 한 조각씩 나눠주고, 엄마들에게도 권했지만 대부분 먹지 않겠다고 사양을 하신다. 아이들이 모두 한 조각씩 가지고 간 후에도 피자가 가득 남아있어 한번 더 권했더니 그제야 기쁘게 가져가신다. 모자랄까 봐 걱정이 되신 걸 수도 있고, 미안해서 사양하신 것 같았다. 정말 먹기 싫어서 사양한 것인데 내가 또 눈치 없이 계속 권하는 것일까 봐 적극적으로 하지도 못하고 슬쩍~ 슬쩍 지나가면서 챙겼다. 못 먹은 사람 없이 다 드셔서 다행이었다.

피자타임 이후에 바로 케이크타임을 가졌다.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줬는데 불어학교 다니는 아이들답게 불어노래로 불렀다. 우리의 생일축하 노래와 음은 같고 가사만 불어다.

각자 원하는 맛의 케이크를 골라 한 조각씩 나눠주고 다시 노는 시간. 이미 배가 많이 부른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는 둥 마는 둥 놀기 바빴다.

하지만 선물개봉타임이 되었기에 다시 모인 아이들. 각자 가지고 온 선물을 챙겨 둘째에게 전달하고 둘째가 하나씩 모두 풀어보았다. 아이들은 본인이 가지고 온 선물들을 설명하며 어필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둘째와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전에 둘째가 좋아하는 것을 물어본 엄마들이 있어 레고라고 말을 했었다. 둘째가 레고를 좋아하여 집에 있는 레고시리즈도 많고, 선물로 받은 레고시리즈도 많았는데 어쩜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신기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선물을 두세 가지씩 해준 친구들도 있고, 가격들이 만만치가 않아 보였다. 보통 유치원생 생일 선물로는 10~20불 정도의 가격대로 많이 하는데 40~50불의 선물들이 대부분이라 놀랐다.  동네 월마트에 가보면 작은 레고시리즈가 15~20불 정도에 팔고 있어서 그 정도를 예상했었다. 이 정도면 아이 선물로 부담됐을 가격이었을 텐데 신랑과 나는 많이 놀랐다. 너무나 감사했지만 이제 우리가 갚아야 하는 일이 남았기에 부담백배가 되었다. 11명에게 끊임없이 선물을 받은 둘째가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시간이 어느새 3시 50분이 되었다. 나는 서둘러 구디백을 담은 박스를 꺼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함께 온 형제들은 물론이고, 함께 오지 못한 형제들에게도 가져다주라고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아이들이 구디백을 받고 진심으로 좋아하며 소리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모두 돌아갔다. 우리는 서둘러 뒷정리를 시작했다. 아까 피자와 간식은 직원분께 나눠드렸었는데 케이크는 미처 나눠드리지 못해 케이크와 주스를 마지막으로 나눠드리고 마무리를 했다.

쓰레기 처리하고, 남은 음식과 물건들 박스에 챙겨 차로 옮기니 금방 끝이 났다.

떠나면서 일요일에도 출근해 주신 직원분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지불해야 할 금액을 문의했다.

시민센터 생일파티 패키지의 가격은 $150인데 총 12명의 아이들이 참석할 수 있다. 초과되는 인원이 있으면 한 명당 $5씩 더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21명이 왔으니 $195를 내야 했는데 직원분께서 추가 인원은 계산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와우~ 너무 감사하잖아!!

별일 없이 기분 좋게 생일파티가 끝이 나서 너무 후련했다. 집에 와서 신랑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었다. 나태하게 식탁에 앉아 남은 음식들을 먹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2시간만 하는 아이들의 생일파티지만 쉽지 않다. 이제 두 달 후면 첫째 생일파티를 또 해야 한다. 힘내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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