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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y 12. 2024

오로라를 보다.

캐나다 남쪽에서도 오로라가 보인다.

어제, 오로라가 관측되는 날이라고 하여 기대를 하고 있었다.

붉은부분이 오로라 관측 확률이 높은 곳이다.

인터넷이나 어플로 오로라 관측 가능한 날을 확인할 수 있는데 어제 아주 높은 확률로 관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울수록 오로라가 잘 관측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캐나다 북쪽으로 오로라관광을 간다. 이곳은 캐나다 남쪽이라 오로라를 자주 볼 수 없는데 가끔씩 보이는 경우도 있다. 유독 지난해에는 오로라 관측 가능 했던 때가 자주 있었는데 시간대가 안 맞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주로 새벽에 관측이 되니 우리 가족 모두가 잠을 자는 시간이라 볼 수가 없었던 것인데 어제는 밤 11시쯤이라고 하여 기대가 되었다. 뉴스를 보니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세계전역에서 관측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거였구먼.


내가 캐나다에 와서 오로라를 딱 한번 본 적 있었다. 7년 전 그것은 내 인생에서의 첫 오로라였다. 늦은 밤 차를 타고 하이웨이를 지나던 길이었는데 깜깜한 밤하늘을 뒤덮은 초록색 커튼의 모습이었다. 높은 산들과 어우러져 끝없는 밤하늘 위에서 오묘한 빛을 내던 오로라가 어찌나 아름답고 신비하던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신랑과 나는 그때의 일을 종종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멋진 오로라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냥 설레었었다.

하지만 밤 10시. 늦은 저녁을 먹고 난 신랑과 나는 오로라를 까맣게 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쉬고 있었다. 9시 반이 넘어서야 퇴근을 한 신랑은 하루가 너무 힘들었고, 잠들기 직전까지 할 일이 끝나지 않는 나는 지쳐있었다. 11시 반쯤에 근처사시는 아주버님께서 신랑에게 지금 오로라가 보인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시지 않았다면 오늘도 오로라를 못 보고 지나갔을 것이다. 메시지를 본 신랑과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 뭔가가 희미하게 보이는 듯했다.

TV에서 보던 넘실대는 오색찬란한 오로라가 아니라 그냥 구름이 좀 넓게 퍼져있는 듯한 뿌연 모습이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처음 보는 오로라이기에 실망한 티를 내지 않고, 아이들과 즐겁게 오로라를 감상했다.

뿌연 오로라라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후 핸드폰 카메라를 켰는데 집 뒤쪽으로 어마어마한 오로라의 모습이 보였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를 통해 보았을 때 색이 더 선명하게 보여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오로라는 시시각각으로 색과 모양이 변했다. 우리는 너무 신이 났다. TV에서만 보던 바로 그 오로라였다. 신랑과 나는 감동받아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아이들은 금세 다른 놀이를 찾아 마당을 누비며 자기들끼리 신이 났다.

다른 집에서도 밖으로 나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아름다운 오로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멋진 장면을 먼 곳까지 찾아가지 않고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이번의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고 하니 마냥 좋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다음에는 별 문제없는(?) 오로라로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로라 사진 보시고 좋은 일 많이 생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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